[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즉시항고 제기기간을 3일로 제한한 형사소송법 405조는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즉시항고란 재판 성질상 신속히 확정시킬 필요가 있는 결정에 대한 불복신청 방법이다. 앞서 헌재는 2011년 5월과 2012년 10월, 이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했으나 이번에 입장을 변경한 것이다. 이에 따라 1954년에 제정된 이 조항이 65년만에 개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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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자신의 고소사건에 대해 불기소처분을 받은 A씨가 "즉시항고 기간을 단기간인 3일로 제한한 것은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심판 청구에 대해 재판관 9명 중 7명의 의견으로 "심판대상조항은 즉시항고 제기기간을 지나치게 짧게 정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즉시항고 제기를 어렵게 하고 있어 헌법상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결정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단순위헌 결정으로 기간제한 자체를 없앨 경우 발생할 혼란과 법적 공백을 고려해 2019년 12월31일까지 해당 조항의 효력을 잠정적용할 것을 명했다. 국회가 이때까지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2020년 1월1일부터 즉시항고 제한 규정은 효력을 잃게 된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즉시항고의 대상이 되는 형사재판에는 정식재판청구 기각결정, 상소권회복청구 허부결정, 집행유예 취소결정, 선고유예한 형을 선고하는 결정, 항소기각결정 등과 같이 당사자의 법적 지위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항고권자의 재판청구권 보장 측면에서 항고를 위한 숙려 및 준비를 위한 실효적인 불복기간의 보장이 요청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형사재판 중 결정일자를 당사자가 미리 알 수 없는 점, 오늘날 형사사건이 복잡해져 즉시항고 여부를 결정하는 데 과거보다 많은 시간이 걸리는 점, 주 40시간 근무제도 확정으로 주말동안 공공기관이나 변호사로부터 법률적 도움을 받기 쉽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심판대상조항은 변화된 사회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여, 당사자가 어느 한 순간이라도 지체할 경우 즉시항고권 자체를 행사할 수 없게 하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또 "3일이라는 즉시항고 제기기간은 민사소송, 민사집행, 행정소송, 형사보상절차 등의 즉시항고기간 1주일이나,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의 즉시항고기간과 비교하더라도 지나치게 짧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심판대상 조항은 즉시항고 제도를 단지 형식적이고 이론적인 권리로서만 기능하게 하기 때문에, 입법재량의 한계를 일탈해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써 위헌"이라고 판시했다.
A씨는 자신이 고소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검사가 불기소처분하자 서울고법에 재정신청을 냈지만 2015년 7월10일 기각됐고, 그로부터 7일이 지난 다음에야 결정문을 송달받았다. A씨는 즉각 대법원에 즉시항고를 제기하려 했으나 결정문을 송달받은 바로 다음날이 주말휴일이었고, 월요일에는 다른 사정이 있었기 때문에 법률상담을 받기 어려워 제기기간인 3일 내에 즉시항고를 하지 못했다. 이후 A씨는 즉시항고 기간을 3일로 제한한 형사소송법 해당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헌재에 청구했다.
헌재는 정보통신망이용법 위반 혐의(명예훼손)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재판장에 대한 기피신청을 냈다가 기각당하고 즉시항고 시기를 놓쳐버린 B씨가 A씨와 같은 취지로 낸 헌법소원 청구에 대해서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