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중소기업 특화 금융회사(중기특화 증권사) 2기가 출범된 지 반년이 지났다. 1기 출범 이후 ‘유명무실’ 논란이 있었던 만큼 정부는 중기특화 증권사에 맞춤형 혜택을 제공하면서 중기특화 증권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다만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몸집을 키운 대형 증권사가 중소·벤처기업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어 실효성 면에서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기특화 증권사 2기로 선정된 증권사는 유안타증권, 유진투자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키움증권, IBK투자증권, SK증권 등 6곳이다. 6개 증권사는 중소기업 전용 펀드를 도입할 수 있고, 회사채 담보부증권(P-CBO) 발행 주관사 선정에 우대 혜택과 증권담보·신용 대출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 P-CBO는 중소·벤처기업이 발행한 회사채에 신용을 보강해 우량 등급의 자산유동화증권(ABS)으로 전환시킨 후 시장에 매각, 투자자를 모집하는 방식이다.
또한, 금융당국은 중기특화 증권사를 활성화하기 위해 NCR(순자본비율) 계산 시 중소·벤처기업에 해주는 대출에 대해선 최대 32%까지만 영업용순자본을 차감하기로 했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리는 기업의 신용도에 따라 차감하는 영업용 순자본을 줄여, 증권사 건전성 유지 부담을 줄이고 벤처·중소기업에 들어가는 자금 활로를 열어주겠다는 의도다. 또한, 중기특화증권사 전용 펀드 규모를 기존 80억원에서 1300억원으로 확대해 외형도 키웠다.
한 중기특화 증권사 관계자는 “처음 도입 당시에는 중기특화라는 이름만 있을 뿐 혜택을 보는 것은 일부에 그쳤지만, 최근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방안이 늘어나면서 중기특화 증권사에도 돌아오는 인센티브가 늘어났다”며 “이를 바탕으로 성장사다리펀드를 운영하거나 낮은 우대금리를 내세울 수도 있어 긍정적인 부분은 있다”고 말했다.
중기특화 증권사 활성화를 위해 금융당국이 당근책을 꺼내들었지만 갈 길은 멀다. 대형 증권사가 막대한 자기자본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어 이들이 중소벤처로 발을 넓히면 중기특화 증권사가 당해낼 도리가 없다.
KB증권은 SME(중견중소기업) 금융본부를 운영하면서 상장 가능성이 있는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영업망을 구축하고 있다. 국민은행, KB손해보험, KB자산운용 등 계열사가 가진 인프라를 이용해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한 IB 역할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도 초대형 IB를 바탕으로 중소·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모험자본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최근 5개 벤처투자 펀드를 조성해 5000억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투자했다.
신한금융은 중소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3조원 규모의 성장지원펀드를 조성했다.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 신한캐피탈이 함께 ‘신한BNPP창업펜더펀드1호’를 결성한다는 것. 조성된 펀드는 800여개 이상의 벤처기업에 투자될 예정이다.
투자를 받는 중소기업 또한 자본여력이 큰 대형 증권사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증권사 IB 업계 관계자는 “은행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대형 증권사가 중소·벤처기업에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기업공개(IPO) 시장에서도 중기특화 증권사의 성과는 대형 증권사에 비해 저조하다. 올해 대신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총 10개의 IPO를 주관해 1위 자리에 올랐다. 중기특화 증권사인 키움증권이 7개로, 그 뒤를 이었고, IBK투자증권, 유안타, SK증권 등은 겨우 1건에 그쳤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자금여력만 놓고 보면 중소형 증권사가 대형 증권사를 따라잡을 수는 없지만, 중소기업에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특화된 증권사가 필요한 것은 맞다"면서 "당장의 실적으로 나타날 수는 없을 지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중소기업과 중기특화 증권사가 서로 상생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을 확대한다는 취지로 지난 2016년 중기특화 증권사 제도를 도입했다. 중소·벤처기업에 맞춤형 IB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그동안 대형 증권사에 밀려있던 중소형 증권사에도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도였다.
중소기업 특화 금융회사(중기특화 증권사) 2기가 출범, 정부의 인센티브 혜택을 받으며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기대에 못미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모습. 사진/뉴시스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