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조작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장이었던 김시철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정식 재판 시작 전에 무죄 판단을 검토한 정황을 포착했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은 김 부장판사가 당시 재판연구관과 주고받은 이메일을 압수수색해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문건을 발견했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 2015년 7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원 전 원장의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 파기환송심을 맡았다.
검찰은 최근 김 부장판사와 재판연구원 사이에 오간 이메일을 일부 압수해 분석한 결과 김 부장판사가 첫 공판이 열리기 전에 이미 판결문 초안을 완성해 재판연구원에게 보낸 사실을 포착했다. 이 초안에는 국정원 심리전담팀과 원 전 원장 사이의 공모 관계가 성립되지 않아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 위반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로 판단한다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첫 번째 주심이었던 판사와 이후 교체된 주심과 당시 재판연구관을 소환해 조사를 마쳤다. 당시 주심을 맡았던 최 판사는 검찰 조사에서 '김 부장판사가 주심과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재판을 진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만간 김 부장판사를 소환해 무죄 취지의 판결문 초안 작성 배경 등을 추궁할 방침이다.
김 부장판사는 최근 사법 농단 수사와 관련해 법원 내부 전산망 '코트넷'에서 "검찰이 영장 없는 위법한 이메일 압수수색을 했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검찰은 이에 "적법한 압수수색이었다"며 즉각 반박했다. 김 부장판사는 동향 파악 관련 이메일 등은 한 건도 나오지 않았음에도 검찰이 재판부 내부 구성원들이 사건을 검토하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주고받은 125건의 이메일 등을 압수수색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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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