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에쓰오일이 본격적으로 프로필렌옥사이드(PO)를 만들면서 30여년간 지속된 SKC의 독점이 깨졌다. 화학시장의 지각변동이다. 당장 SKC는 실적 우려가 제기되지만, 고부가가치 사업구조로 수익을 내겠다며 애써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8월부터 PO 상업생산을 시작한 에쓰오일은 금호석유화학, KPX케미칼과 장기계약을 맺고 물량을 공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에쓰오일은 신규 프로젝트인 '잔사유 고도화 콤플렉스(RUC)'와 '올레핀 다운스트림 콤플렉스(ODC)' 시운전 과정에서 생산된 PO를 8월부터 금호석화, 9월부터 KPX케미칼에 납품 중"이라며 "일단 최소 2곳의 장기계약 거래처를 확보했고 다른 곳과도 공급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PO는 자동차와 선박 내장재, 냉장고 단열재, 침대 쿠션 등을 만들 때 쓰는 프로필렌글리콜(PG)이나 폴리프로필렌글리콜(PPG) 등의 원료다. 국내에서 PO의 수요처는 금호석화와 KPX케미칼 등 6곳이다. 그간 국내에서 PO는 1991년부터 생산설비를 갖춘 SKC만 생산했고, 이 회사 화학사업의 핵심 제품이었다. 업계는 SKC의 PO 국내시장 점유율은 70%, 지난해 SKC의 PO스프레드(제품과 원료값 차이)는 790억원대로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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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였던 에쓰오일이 석유화학산업의 진출을 공언한 데 이어 SKC가 군림하던 PO 생산에도 도전장을 내밀자 시장의 관심도 커졌다. 그런데 이제 실제 상업생산을 시작한 것을 물론 장기 거래선마저 구축하자 SKC에 대한 우려의 눈초리가 짙다. 현재 국내 PO 수요는 연간 50만 규모며, SKC는 연간 31만톤의 PO를 만든다. 부족한 물량은 중국 등에서 수입했다. 하지만 에쓰오일의 등장으로 수급은 상당히 변할 전망이다. 에쓰오일의 PO 생산목표는 연간 30만톤이다. 산술적으로 따져서 SKC와 에쓰오일이 연간 60만톤 정도를 공급할 경우 국내에는 10만톤의 과잉물량이 발생한다.
더구나 금호석화와 KPX케미칼이 에쓰오일과 장기계약한 데서도 드러나듯 시장은 기존 공급자였던 SKC와의 관계보다는 자사의 가격과 이익창출이 우선이다. 업계 관계자는 "화학업체 입장에서 포커스는 스프레드인데, 이제 막 신규제품을 출하한 에쓰오일과 계약한 것은 기존 PO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으리라고 판단한 것"이라며 "에쓰오일이 SKC까지는 아니어도 중국산 등 수입 PO 물량은 상당 부분 대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SKC는 걱정은 이르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경제가 굴러가고 물건을 만드는 이상 폴리우레탄 등의 수요는 계속 늘 것"이라며 "경쟁사 한 곳으로 실적에 여파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4일 열린 3분기 경영실적 설명회에서도 SKC 측은 "이번 분기 화학사업 매출은 2286억원, 영어입익은 39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신장했다"며 "고부가 PO 다운스트림 중심의 사업구조 혁신을 통해 안정적 수익을 유지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도 안정적 수급을 유지하려면 SKC의 물량도 공급받아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