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경가법상 사기 등 혐의로 피소된 K씨 부부(오른쪽이 K씨).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대학 동문 인맥을 이용해 계획적으로 사기행각을 벌여 거액의 투자금을 가로챈 부부 사기단이 외국으로 잠적했다.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액만 120억원대로, 피해자들이 속속 모이고 있어 총 피해액은 3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김모씨 등 피해자 14명은 28일, K씨와 L씨 부부를 특경가법상 사기 등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L씨는 2016년 4월쯤 자신들의 모교인 서울 J대 내에 카페를 열면서 “학교 내 사업이라 안정적이고 수익성이 좋다. 매월 투자금의 10%를 배분해주겠다”며 투자자들을 끌어들인 뒤 투자금을 가로챘다.
올해 초쯤 부터는 자신을 유명 여행사의 서울 모 지역 지점장이라고 소개한 뒤 “비수기에 항공기 좌석표를 무더기로 매입했다가 성수기에 여행사에 되팔면 큰 이익을 올릴 수 있다”고 속여 거액을 투자받아 편취하거나 “유럽 등으로 단체 여행을 가면 싸게 해주겠다”는 말로 꾀어 여행객들의 돈을 빼앗았다. 계를 조직한 뒤 곗돈을 가로채거나 투자금을 뜯어냈다.
현재까지 K씨 부부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 중 확인된 인원은 모두 57명으로, 총 피해액은 122억3443만원이다. 피해자들 중 적게는 250만원부터 많게는 17억원 이상을 편취 당했다. 이들 중 일부는 이에 앞서 K씨가 운영하는 사업체가 있는 경기 안양 만안경찰서 등에 고소장을 접수한 상태다.
복수의 피해자들은 “우연하게 모인 인원이 57명이다. 고소를 원하는 피해자들이 속속 늘고 있으며, 남의 눈이 두려워 피해 사실을 밝히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K씨 부부의 모교 교직원들 중에도 이들에게 속아 피해를 입었지만 침묵하고 있는 사람들이 여럿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씨 부부에게 속아 돈을 빼앗긴 피해자들과 피해액이 대규모인 이유는, 이들이 모교 동문들의 인맥을 집중적으로 또 집요하게 이용했기 때문이다. 피해자들 중에는 15년 전 사별한 남편의 대학 동문이라며 찾아 온 K씨 부부에게 속아 1억 여원을 빼앗긴 사람도 있었다. 서울에서 잠시 강단에 섰던 것으로 알려진 K씨는 피해자에게 자신의 직업을 교수라고 소개했다.
K씨 부부가 피해자들에게 장기간에 걸쳐 치밀하게 접근한 것도 피해를 키웠다. 이들은 투자자들과 계약하기 전 모교의 마크 또는 총장의 관인이 있는 임대차계약서나 유명 여행사가 발부하는 예약확인서 등을 보여 줘 신뢰를 얻었다. 게다가 투자 초기 몇 달 동안에는 약속한 수익을 정확히 분배 하면서 의심을 걷어냈다. 이들 부부는 이런 수법으로 같은 대학 내에 카페 2호점을 낸 뒤 더 많은 이익을 챙겼다.
6억여원의 피해를 본 한 피해자는 “대학총장 관인이 있는 계약서와 계약대로 매달 입금되는 수익 배분 때문에 사기를 당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K씨 부부는 이렇게 형성된 신뢰를 악용해 단기간 동안 피해자들에게 투자금을 지속적으로 요구했고, 의심하는 투자자에게는 공증변호사 앞에서 어음을 끊어주고 안심시켰다. 피해자들 중 50~60대 전업주부인 여러 명은 대출까지 받아 K씨 부부에게 투자했다.
K씨 부부는 8월 말쯤부터 바로 추석 전까지 피해자들을 집중적으로 독촉해 투자금을 받은 뒤 지난 14일쯤 가족 전체가 외국으로 도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추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본격적인 수사에는 아직 착수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방경찰청 청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