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고용상황이 외환위기 이후 최저수준일 정도로 경제 전반에 냉기가 감돌고 있다. 자본이 영세한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이야 두말할 나위가 없다. 경영 환경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도 노사가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 희망을 찾아가는 기업이 있다. 경남 창원 소재 중소기업으로 기계 자동화 설비업체인 '대호테크'가 그 주인공이다.
대호테크는 3D 글라스 성형 장비를 주력으로 생산·공급한다. 카메라 렌즈나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유리를 성형하는 장비다. 삼성전자, LG전자, 화웨이 등 스마트폰 제조업체에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는 기업들이 대호테크의 주 고객이다.
대호테크의 강점은 뛰어난 기술력이다. 정영화 대호테크 대표는 "우리 회사 사훈은 '작품 만들기'다. 상식의 제품보다 상상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값어치있는 제품, 상품이 아닌 작품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작품 만들기'는 정 대표의 직원에 대한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직원 65명 대부분이 고졸, 전문대 출신인 대호테크는 회사가 직원을 공부시키고 성과는 공유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직원의 성장이 곧 회사의 성장이라는 신념으로 직원교육에 투자한다. 회사의 복지를 상징하는 캐치프레이즈가 있다. ‘3일 4석 610(삼일사석육일공)’이 그것이다. ‘고졸실습 사원이 서른 살에 1억원을 벌고, 40살까지 석사학위를 취득하며, 60살에 현금 10억원을 모아 기술 유목민이 되게 하자'는 뜻을 담고 있다. 대호테크에는 현재 박사학위자 1명, 석사 학위자 5명, 학사학위자 4명, 전문학사 11명이 있다. 회사의 도움과 격려에 힘입어 21명이 입사 이후 공부에 매진해 학위를 받았다.
대호테크의 이같은 인적투자는 노사간 상생모델의 사례다. 정 대표는 곡면 글라스 제조장비를 만들며 10년 동안 100억원의 투자 손실을 보면서도 직원 챙기기를 놓지 않았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대호테크는 2012년 정부지원 ACT(우수기술연구센터)과제를 하면서 1단계로 2.5D 유리가공 장비 개발에 성공했다. 2단계인 3D 곡면 유리 열성형 장비도 2013년부터 연구에 착수해 출시했다. 덕분에 매출이 2013년 234억원에서 2017년 90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65명의 직원들이 똘똘뭉쳐 거둔 영업이익이 312억원에 이른다. 영업이익률이 무려 34.3%다.
대호테크만의 이색적인 문화도 있다. 급여일 1주일 전에 미리 월급을 준다. 이렇게 하면 회사가 직원과 함께 가려하는 느낌을 줄 수 있어 노사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게 정 대표의 생각이다. 정 대표는 “고등학생 시절 일하면서 급여를 현금으로 받았다. 월급날이면 2000명 넘는 종업원들이 돈을 받으려고 줄을 서서 인산인해를 이뤘다. 나는 나중에 이렇게는 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수요일마다 65명의 직원 모두가 참여하는 전체 회의에서는 타원형 테이블에 직원이 둘러앉아 자유주제로 발표한다. 우수사원은 상금도 지급하고 승마기계에 올라 말을 타게 된다. 이강임 대호테크 팀장은 "처음엔 '이게 뭔가'하는 직원들도 있었는데, 익숙해지다 보니 다들 재밌어하고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대호테크에서 20년 이상 일한 그는 ”가장 좋은 복지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대호테크를 다니는 것 자체가 복지"라고 말했다.
대호테크는 이익의 10%를 직원에게 성과급으로 주고, 이익의 1%는 사회 환원을 한다. 2015~2016년 직무발명보상제에 따라 발명에 성공한 직원들이 30억원의 보상급을 지급받기도 했다. 정 대표는 “우리 직원들이 성공비결이다. 인화단결로 계열사 10개, 매출 1조원의 기업을 일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인적자원에 투자하고 성과나누기를 실천하는 대호테크 임직원들에게 지금의 경제위기는 극복의 대상일 뿐이다.
정영화 대호테크 대표가 '3D 글라스 성형 장비' 작동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중소기업중앙회
정영화 대호테크 대표가 '3D 글라스 성형 장비' 작동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중소기업중앙회
대호테크 임직원들. 사진=대호테크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