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안나 기자] 권영수 부회장이 29일 ㈜LG 임시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앞서 권 부회장과 하현회 부회장의 자리를 맞바꾸는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했던 구광모 회장은 재무통인 권 부회장을 지근거리에 두고 선친의 지분 상속과 삼촌인 구본준 부회장의 독립 등 우선순위를 보다 힘 있게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구 회장은 연말 조직 개편 및 인사를 통해 자신이 그리는 새로운 LG 상을 보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계열사 두루 거친 ‘재무통’, 구광모의 남자로
권 부회장은 1979년 LG전자에 입사한 이래 39년간 LG에서 외길을 걸은 '정통 LG맨'이다. LG전자 CFO(최고재무책임자) 사장,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 사장,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 등을 역임하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1989년 LG디스플레이 출범 당시 주도적인 역할을 맡았던 권 부회장은 LG디스플레이를 LCD의 글로벌 대표주자로 키워냈다. 이후 LG화학으로 자리를 옮겨 전기차 배터리의 초석을 다졌다. 2016년에는 LG유플러스 CEO로 선임돼 홈IoT 등에 주력하며 차별화를 꾀했고, SK텔레콤과 KT 등 경쟁사의 부진과는 대조적인 실적 개선을 이끌며 LG유플러스에 '1등 DNA'를 심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재무통인 만큼 숫자(실적)에만 연연한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권 부회장은 그룹 전반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계열사 주요 현안을 조율하는 한편, '구광모 체제' 안정에 힘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LG 관계자는 "권 부회장은 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을 두루 거치며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며 "미래 사업에 대한 이해도 빠르고 재무에 정통한 '재무통'이라는 점도 높게 평가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 회장이 LG전자 재경부문 대리로 입사했을 당시, 권 부회장이 CFO로 재직하고 있었던 인연도 주목된다. 게다가 고인이 된 구본무 전 회장이 권 부회장을 특별히 아낀 만큼 선친의 신뢰도 무시 못 할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주요 그룹들이 경영권 승계 등 주요 과도기마다 재무통을 중용했다는 점에서 권 부회장의 쓰임새도 예측이 가능해진다. 고 구본무 회장의 지분 상속을 원활하게 마무리함과 동시에, 징검다리 역할을 맡다 조카의 총수 등극과 함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구본준 부회장의 독립도 도울 것으로 보인다.
‘구광모식' 새 판 짜기 본격화…연말 인사 초점
지난 5월 구본무 전 회장이 타계하면서 40세라는 젊은 나이에 LG그룹 최정점에 오른 구광모 회장은 주요 계열사 경영진으로부터 보고를 받으며 그룹 현안을 파악하는데 힘을 썼다. 대외 활동도 자중했다. 이후 예상을 깨는 파격적 인사를 통해 '구광모의 색깔'을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했다.
LG유플러스 소속이던 권영수 부회장과 지주사에 있던 하현회 부회장을 맞교환하는 원포인트 인사가 대표적이다. 이보다 앞서 구 회장은 이명관 LG화학 최고인사책임자(CHO) 부사장을 ㈜LG 인사팀장으로 발탁하며 향후 있을 대변화를 예고했다. 최근에는 김상민 LG화학 상무를 지주사의 경영담당 임원으로 데려왔다. 김 상무는 LG화학의 LG생명과학 흡수합병, 팜한농 인수 등의 사업 재편과 인수합병(M&A)을 주도했다. 또 LG연암문화재단, LG연암학원, LG복지재단 LG상록재단 등 4개 공익재단을 총괄하는 이사장에 이문호 전 연암대 총장을 선임, 경영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대내외에 분명히 했다. 총수 일가가 아닌 사람이 LG 공익재단 이사장을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 회장 취임 후 계열사들의 적극적인 투자도 이어졌다. LG화학은 전남 여수에 2조8000억원 규모의 NCC(납사분해시설)와 고부가 PO(폴리올레핀) 공장을 증설하고, 중국 난징에 20억달러(한화 약 2조3000억원)를 투자해 두 번째 전기차 배터리 생산기지를 설립하기로 했다. LG디스플레이는 염원했던 광저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합작법인 사업도 추진한다. LG전자는 이달 초 세계적인 전장 부품사인 ZKW의 인수를 완료하며, 전장사업의 의지도 분명히 했다.
당초 구 회장이 당분간 조직 안정에 주안점을 둘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공격적인 행보가 이어지자, 재계 시선은 연말 있을 정기인사로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선대 회장의 최측근이었던 ‘6인의 부회장’ 체제에도 세대교체 바람이 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선대의 구본무 전 회장이 취임 첫 해 부회장 3명을 포함해 350여명을 바꾸는 등 창사 이래 최대 인사를 단행했던 점도 향후 인사의 폭을 가늠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