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1가구 1금고 시대를 여는 게 목표입니다.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하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금고 대중화에 앞장서겠습니다." (김영숙 선일금고제작 대표)
최근 만난 금고 전문 기업 선일금고제작의 김영숙 대표는 작은 체구에도 단단한 인상을 풍겼다. 평생 금고에 몸을 바쳐온 회사 창업주이자 남편인 고(故) 김영호 회장을 이어 금고 기업을 이끌어온 세월의 무게가 묻어났다. 최근 경기 파주시 본사에서 만난 김 대표는 "회장님께서 2004년 갑자기 돌아가시고 회사에 위기가 닥쳤다. 사업을 계속 이어갈지 말아야할지 고민이었다. 공장을 운영하고 철재로 만드는 쉽지 않은 사업이었기 때문이었다"라고 회상했다. 그는 "남편이 헌신한 금고역사를 지우는 것 같아 결국 비장한 각오로 사업을 다시 하기로 결심했다"며 "칙칙하고 어두운 색상의 사무용 금고에서 벗어나 다양한 디자인의 가정용 금고를 만들면서 사업이 다시 정상 궤도에 올랐다"고 말했다.
국내 금고업계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는 업계 1위 선일금고는 지난해 기준 370억가량의 매출을 기록하며 8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는 기업이자 국내 금고업계 역사 그 자체다. 김 대표의 남편이자 창업주인 김 회장은 6·25 전쟁고아였다. 먹고살기 막막했던 1960년대 을지로에 있는 한 캐비닛 회사에서 금고기술을 배웠다. 전역 후 혈혈단신 미국, 프랑스, 독일 등에서 선진 금고 기술을 배우고 국내로 돌아와 금고회사를 차렸다. 당시 업계에는 양문형 철재 금고뿐이었는데, 김 회장은 불에 견딜 수 있는 내화력을 바탕으로 한 단문형 금고를 국내에 도입했다.
김 회장이 국내 금고업계의 바탕을 닦았다면, 김 대표는 가정용 금고 대중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금고의 패러다임 전환인 셈이다. 투박하고 어두운 금고 이미지에서 벗어나 예쁘고 갖고 싶은 금고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2008년 출시한 브랜드 루셀(LuCell)은 가정용 금고시장의 대중화를 이끄는 신호탄이었다. 이후 IoT(사물인터넷) 금고, 블루투스 금고를 출시했고, 안면인식 금고, 홍채 기반 금고 등은 출시를 앞두고 있다. 마블과 컬래버래이션으로 캐릭터 디자인을 입은 금고도 출시 예정이다. 현재 백화점 30여곳, 대리점 60여곳에 제품을 공급하며 금고 대중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선일금고제작의 아이큐브(ICUBE) 금고 라인업. 금고 앞 움직임을 감지하며, 기울임, 강한 충격 등이 발생하면 푸시 알림이 된다. 사진=선일금고제작
선일금고의 경쟁력은 다름 아닌 기술력이다. 금고는 가마 온도 1000도 이상에서 내부온도 170도 미만을 유지할 때 인증받는다. 일본공업규격(JIS)에는 국내에는 없는 방도(도난방지) 테스트가 있는데, 금고 전문가들이 사전에 제출받은 도면을 보고 금고의 취약점을 파악한 후 각종 도구로 공격하는 방식으로인증을 진행한다. 15분 동안 금고를 못 열면 합격으로, 선일금고는 JIS 인증 역시 통과했다. 2004년 강원도 낙산사 화재에서도 선일금고의 금고는 내화 우수성을 입증해 주목 받았다. 보물 475호였던 낙산사 동종이 불에 녹아내렸지만, 내화금고는 불을 견뎌 중요문서 등을 지켰다.
중장기 목표는 1가구 1금고 시대를 여는 것이다. 김 대표는 "금고는 돈만 보관하는 곳은 아니다. 소중한 것이라면 모두 보호할 수 있다"며 "추억이 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관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 바로 금고"라고 말했다. 국내 금고 보급률은 10%가 채 안 돼 성장 가능성은 더 높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김 대표는 "대대손손으로 명문 장수기업으로 남고싶다"고 바람을 밝혔다.
김영숙 선일금고제작 대표. 사진=선일금고제작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