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 시장이 커지고 있다. 공모펀드와 달리 규제가 적어 다양한 운용전략을 이용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얻고 있다. 시장이 커지자 인기 펀드매니저나 증권사 투자운용본부에서도 전문사모투자업 자격을 취득, 신생 운용사를 만드는 경우가 늘고 있다.
다만 경쟁 심화로 규모가 큰 상위 운용사만 수익을 거두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과 고액 자산가만 투자할 수 있는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도 나온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초 기준 사모펀드 설정액은 311조원으로 공모펀드(259조원)보다 52조원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9월 처음으로 공모펀드의 설정액 규모를 추월한 사모펀드는 이후 지속적으로 격차를 벌리고 있다.
설정액이 늘어난 데는 정부의 문턱 낮추기가 영향을 끼쳤다. 금융당국은 2015년 10월 사모펀드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전문사모 운용사의 최소자본금 요건을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낮췄다. 진입 문턱은 지난해 10억원으로 한 차례 더 낮아졌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하면서 그간 잘나가던 증권맨들이 신생 벤처기업 형태의 전문사모 운용사를 창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5년 88개에 불과하던 운용사 수는 2016년 3월말 115개사로 증가했고 ▲2017년 3월 175개사 ▲2018년 3월 223개사로 꾸준히 늘었다.
자산운용사 증가 추이. 그래프/신송희 기자
사모펀드는 소수의 개인이나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을 비공개적으로 모집하는 펀드다.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는 다양한 전략을 이용해 고수익을 추구한다. 주식시장 및 개별 종목의 변동성을 활용한 ‘롱숏전략’,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에 투자하는 '메자닌', 공모주에 투자하는 'IPO 전략‘, 상장 전에 지분투자로 수익을 거두는 ’프리 IPO‘ 전략 등이다.
하지만 사모펀드 시장이 커지면서 나오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 일례로 신생 벤처기업 형태의 자산운용사가 우후죽순으로 늘자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운용업계 현황에 따르면 1분기 전체 운용사(223개) 가운데 36%는 적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체 운용사의 1분기 순이익은 17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1% 증가했다.
2분기 기준으로 이익을 낸 운용사의 총 순이익은 3942억원이다. 이 가운데 상위 10개 운용사의 이익(1997억원)이 절반을 차지했다. 중소형 운용사 관계자는 “시장이 커졌다고 해도 결국 한정된 파이를 두고 경쟁할 수밖에 없는 구도”라며 “규모의 경제 논리에 따라 규모가 큰 운용사가 더 좋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고 중소형 운용사는 펀드를 만들어 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일부 자산가들의 수익률만 높여주는 ‘그들만의 리그’ 형태로 시장이 형성돼 있다고 비판한다. 사모펀드에 투자하려면 최소 1억원 이상 투자금이 있어야 한다. 일부에서는 3억원, 10억원부터 받는 경우도 있다. 또한 49명 미만의 투자자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들의 접근도 쉽지 않다.
최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18 한국부자보고서'를 보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가진 자산가 가운데 사모펀드에 투자할 의향을 가진 비율이 39%로 나타났다. 전년(17%) 대비 22%포인트가 상승한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중 무역전쟁 등 국내외 악재로 인해 주식 수익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사모투자는 절대수익을 추구하다 보니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좋은 경우가 많다"며 "다만 일반 투자자가 진입하기는 쉽지 않아 상대적 괴리를 느끼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초 기준 사모펀드 설정액은 311조원으로 공모펀드(259조원) 보다 52조원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모습. 사진/신송희 기자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