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지난 19일부터 시작된 현대중공업 노조의 전면파업이 24일 끝난다. 하지만 사측과 노조는 임금·단체협상, 해양플랜트 인력 무급휴직 등의 현안을 놓고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사측이 적어도 고용부문에서라도 성의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여름 집중휴가 이후 8월부터 더 강도 높은 대응수단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며 버티고 있다. 회사 정상화에 난항이 예상된다. 조선업 위기와 함께 불거진 현대중공업의 노사갈등에 회사가 위치한 울산광역시와 동구 경제와 민심도 침체됐다.
울산 동구를 지역구로 한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현대중공업 노조의 파업에 대해 "사측의 장기 구조조정으로 노동자들은 희생을 강요받고 울산은 생존위기에 빠졌다"며 "일방적 구조조정보다 노·사·민·정이 머리를 맞대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사측의 일방적 구조조정은 숙련 노동자들을 외부로 유출시킨다"며 "조선해양플랜트 업종이 다시 상승세를 탈 때 더 큰 어려움이 돼 돌아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음은 김종훈 의원과의 일문 일답.
현재 울산의 경제 상황과 민심, 분위기는.
이번 파업과 상관없이 울산은 많이 어렵다. 지난 3년 동안 현대중공업이 반복적으로 진행해 온 인력 구조조정으로 3만3000여명의 노동자가 해고됐다. 19만명이 넘었던 울산 동구 인구도 올해 17만명 선이 무너졌다. 울산 전체로도 인구수가 감소한 것으로 안다. 울산 동구 경제도 무너졌다. 상가 공실률은 27.5%로 전국 최고며, 주택가격도 내려가고 있다. 골목상권이 흔들리고 서민들의 유일한 자산마저 위험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도 현대중공업은 올 4월 대규모 강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파업에 대한 찬반 여론에 앞서 지역주민들조차 현대중공업이 '너무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적이다.
울산에는 현대중공업의 하청기업들이 많이 있다. 하청기업의 상황은.
현대중공업의 협력업체들을 보면 그간의 구조조정으로 이미 많은 업체들이 기성금 삭감 등으로 도산과 파산을 한 상태다. 불법하도급 문제로 공정거래위원회 신고와 민사소송 등 법적대응까지 진행 중인 곳도 있다. 오랜 기간에 걸친 구조조정의 여파로 노동자뿐만 아니라 사내외 하청업체들까지도 생존위기에 직면했다.
파업과 관련해 노조가 임단협에서 요구하는 사항들은 어떻게 보나.
임단협의 핵심쟁점은 임금보다 무분별한 분사와 아웃소싱 등 하청화와 비정규직 확대정책에 있다. 회사가 일방적인 인력구조조정을 멈춘다면 여타 쟁점들은 충분히 합의할 수 있는 것으로 안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은 그동안 많은 희생을 강요받았다. 임금삭감과 동결을 반복해 왔고, 이는 정규직과 하청노동자 모두에 마찬가지였다. 이번에 노조가 요구한 것은 그동안 노동자만 전담했던 고통을 사측과 함께 나누는 차원에서라도 지극히 정당하다고 여겨진다.
사측은 일감부족을 이유로 노조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하는데.
세계적인 조선업 예측기관인 클락슨리서치이 밝혔듯 수주물량은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도 5조5000억원의 공공선박 발주를 약속했고, 국내 상선들도 3조원 규모 배를 이미 발주했다. 상반기 세계 선박 수주량에서도 우리나라는 40.2%를 차지, 중국에 뺏겼던 1위 자리를 3년 만에 되찾았다. 조선업이 회복기로 접어든 것은 이처럼 여러 수치에서 확인된다. 문제는 회사의 경영이다. 사측은 이미 해양플랜트 물량 예측실패로 위기를 야기했고, 또 6000여명에 달하는 인력 구조조정으로 경영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 한다. 이런 식의 인력감축은 숙련 노동자들을 타 산업과 외부로 내보내 실제 조선해양플랜트 업종이 다시 상승세를 탈 때 더 큰 어려움으로 돌아온다. 이미 일본이 이런 현상을 겪었다. 지금이라도 노조와 함께 위기극복을 위한 대안을 먼저 찾아야 한다.
울산과 동구 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안이 있다면.
가장 최선은 다른 대안을 찾기에 앞서 지금의 조선산업을 지키는 길이다. 앞서 말했듯 조선업은 완만하지만 회복세로 돌아섰다. 이미 세계 최고 기술력을 지닌 산업을 뒤로하고 신산업을 찾는 어려움을 택할 필요가 없다. 숙련공 대량해고를 중단해야 할 이유기도 하다. 조선해양플랜트연구원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정책대안이다. 연구원은 우리나라 조선소의 현실에 맞게 시황을 예측하고 첨단선박 등 산업고도화에도 기여할 것이다.
부유식 해상풍력도 조선해양플랜트사업과 완전 별개가 아니다. 기술적 측면에서 유사한 점이 많다. 더구나 2016년 한해에만 세계 풍력산업 규모가 125조원에 달하는 등 산업의 미래도 밝다. 있는 산업을 지키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간다면 조선산업은 새로운 도약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의원님은 그간 현대중공업 노사 갈등 해결을 위해 노·사·민·정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앞으로 구체적인 계획은.
현대중공업은 재벌과 경영진 일부의 힘으로 성장한 기업이 아니다. 노동자와 지역주민들의 희생, 국가정책과 지방정부의 지원 등으로 세계 1등 조선소가 됐다. 조선업 위기로 회사가 어렵다면 일방적인 인력 구조조정이 아니라 노·사·민·정이 머리를 맞대고 대화로 방법을 찾아야 한다. 따라서 집권여당 단체장들과 지역구 국회의원, 시민사회와 노조가 경영진들과 함께 논의할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범시민 차원에서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거나 이해집단이 공동으로 워킹그룹 또는 태스크포스팀를 꾸리는 방법도 있다. 다양한 분들과 많은 의견을 교환하고 있는 만큼 가까운 시기에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