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유서대필 조작사건' 누명을 벗었던 강기훈씨가 국가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에서도 일부 승소했다.
서울고법 민사4부(재판장 홍승면)는 31일 강씨 등이 국가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선고 기일에서 "국가는 강씨에게 8억여원, 강씨 부모에게 각각 1억여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국가가 강씨에게 7억여원, 강씨 부모에게 각각 2000만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1심보다 강씨는 1억여원, 강씨 부모는 각각 8000만원의 위자료가 늘었다.
재판부는 강씨 자녀 두 명에게 각각 1000만여원 배상 판결한 1심과 달리 이들의 손해배상채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국가가 항소하지 않아 이들에 대한 1심 판결은 그대로 유지했다. 또 필적감정상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 소멸시효가 끝났다는 국가와 필적감정을 담당한 전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직원 김형영씨 주장은 권리남용이라고 본 1심과 달리 김씨의 주장은 받아들였다. 김씨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원고들이 장기간 권리를 행사할 수 없었던 장애사유에 대해 필적감정인 김씨에게 귀책사유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김씨의 소멸시효 완성주장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유서대필 사건은 지난 1991년 5월 김기설 전국민족민주연합 사회부장이 노태우 정부를 규탄하고 분신자살하자 검찰이 김씨 친구였던 강씨에 대해 "김씨 유서를 대필하고 자살을 방조했다"며 기소해 처벌한 일을 말한다. 강씨는 1991년 12월 자살방조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재심절차를 걸쳐 2014년 2월 자살방조죄에 대해는 무죄, 나머지 국가보안법 위반 부분에 대해서만 징역 1년에 자격정지 1년이 확정됐다.
2015년 강씨와 가족 등은 당시 수사 과정에서 변호인 접견 금지, 폭언 폭행, 협박 회유, 필적 은폐 및 필적 감정 결과 왜곡 등 불법행위가 있었고 이로 인해 구금 생활을 하면서 심각한 손해를 입었다며 국가 등을 상대로 31억원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심은 강씨가 사건에 휘말린 지 26년 만에 국가에 배상 책임이 있다며 국가는 강씨에게 7억여원, 강씨 배우자에게 1억여원, 강씨 부모에게 각각 2000만여원, 형제자매에게 각각 500만여원, 자녀에게 각각 1000만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당시 강씨를 수사한 강신욱 전 대법관(당시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 신상규 변호사(당시 사건 주임검사)와 김씨의 개인적 책무에 관한 것이었다"며 "강 전 대법관과 신 변호사의 수사과정상 불법행위에 대해 소멸시효가 완성됐기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으나 김씨의 허위 감정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시 소멸 시효는 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강기훈씨가 국가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판에 출석한 지난 2016년 11월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변론을 끝내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