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삼성이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한 발 더 나아갔다. 순환출자 고리 해소와 금산분리 해결 등 정부의 계속된 정부의 압박 속에 이번에도 선제적 대응으로 정공법을 택했다.
사진/뉴시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30일 각각 이사회를 통해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 0.38%와 0.07%를 장 종료 후 블록딜 방식(시간외 대량매매)으로 매각키로 했다. 이는 총 1조3851억원 규모로 삼성생명은 2298만주(약 1조1790억원), 삼성화재는 402만주(약 2060억원)을 각각 처분했다. 지분 매각 후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7.92%, 삼성화재는 1.38%를 보유하게 된다.
이번 결정에 대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위반 리스크 사전 해소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자사주 소각을 지속해오고 있는 상황에서 연내 계획대로 소각이 완료될 경우 금산법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금산법에서는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들이 비금융계열사 지분 10%를 넘게 갖기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자사주 소각을 마치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지분은 종전 8.27%에서 8.9%로, 삼성화재의 지분은 1.45%에서 1.53%로 늘어나 양사를 합치면 10%를 넘게 된다. 이번 블록딜 주식은 10% 초과분에 해당해 금산법 위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재계에서는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인 압박에 삼성이 성의 표시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수 차례 삼성전자의 지배구조에 대해 지적을 해 온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0일 열린 10대 그룹 전문경영인 간담회에서도 "이대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결정은 이재용 부회장이 내려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보다 하루 전인 지난 9일에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이 지금은 괜찮지만 언제 충격이 가해질 지 모른다"며 "마냥 기다릴 수 만은 없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의 발언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염두한 것이다. 현재 여당은 보험사가 계열사의 주식을 시장 가격을 기준으로 3%까지만 보유하게 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현재는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보유 주식 가치를 계산하고 있지만 법이 개정되면 약 20조원대의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그룹 계열사간 출자를 자본 적정성 평가 때 배제토록 하는 금융그룹 통합감독 방안 역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을 필요로 하는 근거다.
재계 관계자는 "현정부 들어 공정위와 금융위 등 경제당국이 지배구조 개선을 계속해 요구해 온 만큼 삼성 내부의 고민이 있었을 것"이라며 "이번 결정 역시 정부 뜻에 호응하고 있다는 신호가 아니겠나"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10일 삼성SDI는 보유 중이던 삼성물산 주식 404만주를 5822억원에 매각하며 순환출자 고리 7개 중 3개를 끊어냈다. 이 때에도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블록딜 방식을 택했다. 당시 삼성전기와 삼성화재도 비슷한 수순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으며,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인 금산분리 문제도 손을 댈 것이란 시각이 우세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