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김광연 기자] 특별조사단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나 법원행정처가 특정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조사에 실패하고, 당사자 중 한명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부정확한 진술에 근거한 것이어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 관계자는 28일 “2015년 7월 작성된 ‘현안 관련 말씀’은 임 전 차장이 그 다음달 박근혜 전 대통령과 오찬이 있는 양 전 대법원장을 위해 만든 문건으로, 본인이 직접 작성했다”고 밝혔다. 또 당시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지한다’는 증거로 문건에 적시된 재판 목록은 임 전 차장이 함께 일하던 법관인 정 모 심의관을 통해 청와대 오찬을 앞두고 추려낸 것이라면서 대법원 재판에 개입해 결론을 냈다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특별조사단 관계자는 “대통령 면담을 한 달 앞두고 이런 판결이 내려진 건 맞다”면서도 “그러나 재판부와의 합의를 통한 정무적 판단이 있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 근거로 “일단 사건 자체가 어떻게 추출됐는지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는데, 정 심의관이 사건을 추출한 때가 시간적으로 사후에 있었던 것이어서 의도에 따라 나온 판결이라기 보다는, 그런 내용의 판결만을 필요에 의해서 추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러가지 사정을 종합해 보면, 해당 문건은 양 전 대법원장이 청와대 오찬에 가져갔다고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임 전 차장이 국회나 여당을 만날 때 활용하기 위해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특별조사단은 해당 문건과 양 전 대법원장, 또는 대법관들과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적다고 설명했다. 해당 문건에 담긴 사건을 판결한 대법관들을 조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특별조사단 관계자는 “판사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재판에 영향을 주는 것은 상상을 못한다”면서 “현직에 있는 대법관들도 조사대상으로 볼 수 있지만 대법관들을 재판과 관련해 조사를 시도할 수 있을 만큼 확실한 증거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히려 임 전 차장의 업무 스타일이나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충성심 등을 감안하면 재판 부분은 임 전 차장의 극단적인 정무적 판단이라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 전 대통령이 청와대 오찬에 참석했을 때 상고법원제도에 부정적인 우 전 수석이 배석해 있었고, 양 전 대법원장이 오찬을 끝나고 대법원으로 돌아왔을 때 매우 불쾌해 했다는 것이 당시 관련자들의 진술”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결론이 확정적인 것인지에 대해 특별조사단은 한발 물러났다. 특별조사단 관계자는 “이 같은 사실은 대부분 임 전 차장의 진술에 근거한 것”이라면서 “임 전 차장이 양 전 대법원장과 관련된 질문이 나오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해 더 깊게 질의할 수 없었다" 고 말했다.
이런 사실이 드러나고 양 전 대법원장이 조사를 명시적으로 거부한 사실이 확인되자 특별조사단에서도 입장을 선회했다. 종전까지는 형사조치에 대해서는 소극적이었지만 검찰이 수사를 시작할 경우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특별조사단은 "형사 고발 조치에 대해서는 조사단 활동이 끝난 게 아니라는 점을 고려해달라. 형사 고발이 필요하다면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나 김명수 대법원장이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사보고서 상 형사조치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는 업무방해 혐의 등 두 건에 대해서는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 것“이라면서 ”가능성은 열어 놓았기 때문에 표현이 잘못된 것 같다. (형사 고발 가능성을) 열어놓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장)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 회의를 마친 후 퇴근길에 오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