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7000억원대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면서 우리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ISDS)을 추진하는 가운데 향후 주요 쟁점과 엘리엇의 대응방안이 관심을 끈다. 국내 국제중재 전문변호사들은 엘리엇이 최소대우기준(공정공평대우) 조항(11.5조) 위반을 핵심으로 주장하며 공세적인 증거절차를 이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법무부는 지난 11일 엘리엇이 지난달 13일 제출한 ISD중재의향서를 공개했다. 한-미 FTA 협정문의 ‘중재절차의 투명성’(제11.21조) 조항은 피청구국이 중재통보 문서를 수령한 후 신속하게 비분쟁당사국에게 송부하고 대중에게 이용 가능하게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엘리엇은 중재의향서에서 피해보상 청구 금액으로 6억7000만 달러(약 7200억원)를 적시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 정부 관계자들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내국민 대우(11.3조)와 대우의 최소 기준(11.5조) 조항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한·미 FTA 협정문에는 공식 중재 제소 이전에 중재의향서를 제출한 날로부터 최소 90일간 협의 기간을 갖도록 규정돼 있다. 90일은 최소 기간이기 때문에 엘리엇과 우리 정부 사이의 협의가 석 달 넘게 진행될 수도 있다. 3개월이 지나거나 법무부가 중재를 거부하면 엘리엇은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제소할 수 있다. ISD는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국제중재법을 적용해 3명으로 구성된 중재판정부에서 심리하며 단심제다.
우선 엘리엇은 의향서에 적시한 대로 우리 정부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취지로 최소대우기준(공정공평대우) 조항(11.5조) 위반을 문제 삼을 가능성이 높다. 통상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중재판정 사례를 보면 국가가 고의로 의무를 해태했다는 점은 굉장히 넓게 살펴보고 광범위하게 인정되는 것이라 우리 정부가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증거절차 과정에서 엘리엇이 새로운 내용을 규명할 수 있는가에 따라 향배가 갈릴 것”이라며 “일례로 국민연금이 내부적으로 반대 의견이 많았다거나 외압에 의한 의사결정의 변경이 발견된다면 어떤 형태로든 간에 손해가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엘리엇 측의 손해 발생 입증 여부도 주요 쟁점이다. 한 대형로펌의 국제 중재 변호사는 “엘리엇 입장에서는 국내 법원에서 박 전 대통령, 전 보건복지부 장관,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에게 유죄 선고가 내려진 점을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아직 대법원 최종을 판단을 앞두고 있고,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결정으로 손해를 본 것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송 변호사도 “삼성물산 지분 7%를 보유한 엘리엇이 합병에 반대하며 주식매수 청구권을 행사한 것은 스스로 결정한 사안”이라며 “강요가 아닌 상황에서 손해가 있었다고 할 수 있느냐도 문제”라고 설명했다.
한편 법무부는 기획재정부·외교부·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 등과 합동 대응체계를 구성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엘리엇은 다국적 로펌 ‘스리크라운(Three Crowns LLP)을 해외 법률대리인으로 내세웠다. '스리크라운'은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 미국 워싱턴 등에 사무소를 둔 글로벌 국제분쟁 전문 로펌으로 보잉, 엑손모빌 등이 고객이다. 2012년 3월 한-미FTA 협정 발효 이후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 아랍에미리트(UAE) 네덜란드 자회사 하노칼, 이란계 엔텍합그룹의 대주주 다야니 등이 과거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S를 제기한 바 있다.
이봉주 보건복지부 조직문화 및 제도개선 위원장이 지난달 1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한 국민연금의 찬성 결정, 의료 영리화, 사회보장 협의제도 등을 골자로 한 제도개선 권고문을 발표하고 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