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신항섭 기자] 삼성증권 배당 사고로 국내 주식거래 시스템이 가진 문제점이 드러났다. 발행될 수 없는 주식이 배당되고 거래까지 이뤄지는 상황에서 이를 제어하는 장치는 없었고 그동안 존재하지 않는 '유령 주식' 거래가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공매도 폐지 논란까지 다시 수면 위로 떠 오르는 등 삼성증권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는 모양새다.
"무차입 공매도 정말 없었나?"…공매도 불신 증폭
삼성증권 '유령 주식' 사태는 한동안 수면 아래 있던 공매도 폐지 여론에 불을 지폈다. 금융당국은 이번 문제가 공매도와 관련이 없다면서 공매도 폐지 여론이 확산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고 김기식 금융감독원장도 "본질을 흐린다"면서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증권 사태가 공매도 논란까지 번진 데는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로 피해를 봤다는 인식에 주식거래 시스템에 대한 신뢰 상실이 더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유령 주식거래를 보면서 개인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국내에서 금지된 무차입 공매도 가능성을 확인하게 된 것"이라며 "기존에 이뤄졌던 공매도가 절차에 맞게 차입을 통해 이뤄진 게 맞는지 아니면 외국인과 기관이 암암리에 무차입 공매도를 한 것 아닌지에 대한 의혹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주식을 빌리지 않고 파는 무차입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다.
공매도에 대한 반감과 불신이 증폭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공매도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다. 부정적인 정보가 주가에 반영되는 주된 경로로 작용함으로써 주식시장의 정보 효율성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 주식시장에 과도한 거품이 형성되는 것을 막는 순기능이 있다는 점이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는 점에서다.
다만 현재의 공매도 제도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데에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매도 폐지에 대한 여론이 거센 것은 외국인과 기관은 자유롭게 하는 데 개인은 사실상 하지 못하면서 생기는 불신 때문"이라며 "개인도 더 자유롭게 공매도가 가능하도록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의 공매도 활성화 방안으로는 일본과 같이 개인투자자들에게 주식 대차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집중 기관을 두는 방법을 제시했다. 일본은 개인의 공매도 비중이 8~10% 가량으로 상당히 활발하다.국내는 1% 미만이다.
존재할 수 없는 주식이 배당에 거래까지…시스템 구멍 노출
삼성증권 사태는 그동안 내재했던 여러 가지 시스템상의 문제를 노출했다. 이번 사태는 우리사주에 주식을 배당하면서 시작됐다. 삼성증권은 우리사주 1주당 예정된 1000원의 배당 대신 1000주의 주식을 배당했다. 이렇게 나눠준 주식은 28억3000만주다.
삼성증권의 발행주식 8930만주, 발행한도 1억2000만주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삼성증권은 애초에 직원들에게 나눠 줄 주식도 갖고 있지 않았다. 실재하지 않는 주식이 시스템상에서 만들어지고 배당까지 이뤄진 것이다.
한때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스타크래프트 게임에서 '쇼 미 더 머니(Show Me The Money)'란 치트키를 쳤을 때 게임 내에서 돈처럼 쓰이는 미네랄을 채굴하지 않아도 무한정 늘어나는 것과 같은 일이 증권사 시스템에서 일어났다는 얘기다.
유령 주식 거래로 그동안 숨겨져 있던 시스템 문제도 드러났다. 금감원의 발표를 보면 우리사주 조합원에 대한 현금배당은 일반 주주와 달리 예탁결제원을 거치지 않고 발행회사가 직접 업무를 처리하게 돼 있다. 삼성증권뿐 아니라 다른 증권사에서도 실제 발행되지 않은 주식이 착오 입력으로 입고되는 것이 예탁원 등에 의해 걸러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특히 삼성증권은 발행회사로서의 배당업무와 투자중개업자로서의 배당업무가 동일한 시스템상에서 이뤄져 오류 발생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식거래시스템상의 문제도 드러났다. 이번 경우 발행 주식 수의 30배가 넘는 주식이 움직였지만 시스템에서 오류를 확인하지 못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주식거래 시스템 근본에 대한 신뢰를 흔드는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삼성증권 사태는 발행되지 않은 주식을 팔았다는 점에서 기존에 투자자들이 존재하고 있는 주식을 팔고 샀던 시스템 근본에 의구심을 갖게 했다"고 말했다.
김 금감원장도 시스템상의 문제점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김 원장은 "자본시장 발전의 근간인 투자자 신뢰를 완전히 실추시킨 이번 사건은 시스템 내에 발생 가능성이 내재해 있었다"며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 전반적인 점검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