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이틀 간의 방북일정을 마치고 6일 귀환한 대북 특별사절대표단(특사단)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면담에서 비핵화·북미대화 방안을 의제에 올린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국이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이끈 특사단은 5일 김 위원장과의 면담·만찬에서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밝히는 한편 핵 동결부터 폐기까지 이르는 북핵문제 해결의 ‘단계적 해법’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쾨르버 재단 연설을 비롯해 수차례 밝혀온 내용이다. 회동결과를 두고 우리측이 “실망스럽지 않다”, 북측이 “만족한다”는 반응을 내놓은 것으로 봤을 때 김 위원장이 미국과의 비핵화 대화에 대한 전향적 입장을 표명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남북 간 협의 결과가 미국 내 대북 강경파를 설득할 수 있는 계기가 될지도 주목된다. 김준형 한동대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6일 “미국 내에는 여전히 대화 재개가 북한과의 기싸움에서 밀리거나 대북 보상으로 해석하는 기류가 다수”라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 내에서 대화파와 강경파 사이에 이견·혼선이 존재하는 가운데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을 비롯한 대화파는 소수에 그친다. 또 다른 대북 대화파였던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사퇴를 발표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 니키 헤일리 주 유엔대사 등은 압박 일변도의 대북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위해 방한했던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경기도 평택 제2함대사령부를 찾아 탈북자들과 면담을 갖고 천안함 기념관을 둘러본 것이 강경파들의 성향을 보여준 예다. 이러한 가운데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전향적인 입장을 표명했을 경우 ‘비핵화 논의 없는 북한과의 대화는 무의미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이 갖춰진다.
미 행정부 내에서 대북 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이어지는 중이다. 로버트 매닝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남북 대화에 대해)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있으며 대화가 이뤄질 것을 분명히 권장한다”고 밝혔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부 장관은 기본적으로 우리 정부의 대북 대화의지를 지지하는 인물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3일(현지시간) 워싱턴 주재 언론인 만찬에서 “김정은과의 직접 대화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어느 정도의 진정성이 담겼는지는 확인이 필요하다.
북미 간 회담이 시작되더라도 우리가 회담 내용을 사실상 주도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남북한 모두의 안보와 체제보장이 달성되도록 상호안보와 동시행동 원칙에 입각한 한반도 평화체제·북미 수교 등이 담긴 타협안을 우리가 작성해 미국·중국의 동의를 얻어 북한에게 제시해야 한다”며 “결국 김정은이 비핵화를 결심하도록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 과정에서 평창패럴림픽 이후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 규모가 조정될지 여부도 관심사다. 국방부가 “(평창패럴림픽 폐막일인) 18일 이후에 훈련 규모·일정을 발표할 것”이라고 반복하는 가운데 학계를 중심으로 미군 전략자산을 전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타협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노동신문이 보도한 특사단 방북기사 사진을 통해 정 실장 앞에 놓인 수첩에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한미연합훈련으로 남북관계가 단절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는 메모 내용도 확인됐다.
평양을 다녀온 특사단 중 정의용 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이번 주말 워싱턴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북결과를 직접 설명하고 향후 북미대화 방향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상대로 북한의 의중을 파악하는 ‘탐색적 대화’에 응하도록 설득하고 북미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7일 청와대 본관 집현실에서 열린 확대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