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지역구 국회의원 예비후보자의 기탁금 반환 사유를 예비후보자의 사망과 경선 탈락으로 한정하는 공직선거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20대 총선 예비후보로 등록했으나 당내 경선에서 배제(컷오프)된 후보 자격을 얻지 못한 A씨가 “공직선거법 57조 1항 1호 다목 중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된 부분은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심판 청구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고 26일 밝혔다. 다만 법적공백을 막기 위해 이 조항을 내년 6월30일을 시한으로 개정될 때까지 계속 적용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정당의 추천을 받고자 공천신청을 했는데도 후보자로 추천받지 못한 예비후보자는 소속 정당에 대한 신뢰·소속감 또는 당선 가능성 때문에 본 선거의 후보자로 등록하지 않을 수 있다"며 "이를 두고 예비후보자가 처음부터 진정성이 없이 등록했다거나 예비후보자로서 선거운동에서 불성실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만일 이러한 경우까지 예비후보자에게 기탁금을 반환하지 않는다면 정치신인 등은 기탁금을 반환받지 못할 수 있는 것에 부담을 느껴 예비후보자로 등록하는 것을 꺼리게 될 수 있고, 이는 선거운동의 자유를 확대하려고 하는 예비후보자제도의 도입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예비후보자가 본 선거의 정당후보자로 등록하려 했으나,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정당 공천관리위원회의 심사에서 탈락해 본 선거의 후보자로 등록하지 않은 것은 후보자 등록을 하지 못할 정도에 이르는 객관적이고 예외적인 사유에 해당한다"며 "따라서 이러한 사정이 있는 예비후보자가 낸 기탁금은 반환돼야 함에도 심판대상조항이 예비후보자에게 기탁금을 반환하지 않는 것은 입법형성권의 범위를 벗어난 과도한 제한”이라고 설명했다.
이진성 소장과 김이수·강일원 재판관은 "예비후보자 기탁금납입조항 자체가 헌법에 위반되므로 이를 전제로 기탁금 반환 사유를 규정하는 심판대상조항도 헌법에 위반된다고 봐야 한다"며 별개 의견을 냈다.
이 소장 등은 특히 "예비후보자 기탁금제도로 경제력이나 후원자가 없는 사람은 아무리 진지하게 선거에 참여하려고 해도 예비후보자로 나서는 것 자체가 원천적으로 차단되므로 입법 목적을 달성하는 데 적절한 수단이라 할 수 없다"며 "선거권자 추천제도는 오히려 뜻을 알리고 지지자를 모을 수 있는 유익한 도구가 될 수 있고, 이처럼 경제력이 약한 사람의 공무담임권을 덜 제한하는 다른 수단이 있는데도 기탁금납입제도를 둔 것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헌재 관계자는 이번 결정과 관련해 "당내 경선에서 이른바 '컷오프'로 배제된 예비후보자로서 본 선거에서 등록하지 않은 경우 선거에서 진정성이 없거나 불성실하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정치신인 등에게 그 기탁금을 반환하지 않는 것은 그들의 재산권을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심판대상 조항에 대해 단순위헌결정을 내릴 경우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의 예비후보자 기탁금납입조항은 효력을 유지한 채 그 반환의 근거 규정이 사라지게 돼 법적 공백 상태와 혼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국회는 이러한 점을 고려해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을 제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A씨는 지난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예비후보자로 등록하면서 기탁금 300만원을 천안시 선거관리위원회에 내고, 새누리당의 후보자가 되기 위해 공천신청을 했다. 하지만 같은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A씨를 경선후보자 대상자에서 제외해 경선의 후보자로 참여할 수 없었고, 이 선거에서 등록하지 않았는데도 공직선거법 57조 1항 1호 다목에서 정한 예비후보자 기탁금 반환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탁금이 국가에 귀속된다는 통지를 받았다. 이에 A씨는 해당 조항이 재산권과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그해 6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