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항섭 기자] 금융당국의 발행어음 인가 보류·지연이 지속되자 초대형 투자은행(IB) 증권사들이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이미 인력과 인프라를 모두 준비했으나, 활용을 못하고 시간만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열린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에서 NH투자증권의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 안건이 상정되지 않았다. 이는 작년 11월말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인가 이후 2개월째 인가 보류가 지속된 것이다.
앞서 금융위는 작년 5월부터 초대형IB 지정 및 단기금융업 인가 서류를 접수 받았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에 해당되는 증권사는 발행어음 인가를, 자기자본 8조원 이상에 해당되는 증권사에겐 종합투자계좌(IMA)를 허용키로 했다. 발행어음 업무가 인가 받을 경우, 자체 신용으로 만기 1년 이내 어음을 자기자본의 200%까지 발행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다양한 이유로 약 9개월간 ‘초대형 IB 2호’ 탄생이 지연되고 있다. 삼성증권은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중단됐고, 미래에셋대우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계열사간 ‘내부거래’에 대한 조사로 심사가 보류됐으며, KB증권은 심사를 자진 철회했다. 합병전 현대증권 시절의 금융당국 제재가 5월까지 지속되는 상황에서 인가 승인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또 유력한 2호로 꼽혔던 NH투자증권은 발목을 잡았던 채용 비리 청탁 혐의가 무혐의로 결론났지만 24일 안건에서 빠졌다.
이같은 금융당국의 기조에 증권업계에서는 애만 태우고 있다. 작년 초대형 IB 육성방안 발표 후 발행어음 관련 사업을 이미 준비했으나, 인가 보류가 지속돼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미 발행어음 사업에 대한 인력, 인프라 등 준비를 다 끝낸 상황인데, 당국의 승인이 나지 않고 있으니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작년 상반기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증권사들은 발행어음 사업을 위해 인프라 구성을 마쳤다. NH투자증권은 전략투자운용부를 신설했고, 미래에셋대우는 초대형 IB 관련 팀들 구성했다. KB증권 역시 TF(태스크포스)를 구성했고, 삼성증권도 관련 상품 및 인력을 배치했다. 하지만 해당 인력들은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금리인상 기조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이 해당 증권사들에 한가지 위안거리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사실상 기다리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지만, 올해에도 기준금리 인상이 확실시 되고 있다는 점에서 8조원의 발행어음이 오히려 나중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까지 발행어음 인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왼쪽부터)의 모습. 사진/각 사
신항섭 기자 kalth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