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셋째 아들 김동선씨의 ‘변호사 폭행 사건’의 파장이 피해 변호사의 소속 로펌을 향해 번지고 있다. 특히 고용변호사로 일하는 젊은 여성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사건에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은 로펌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22일 한 여성 변호사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피해 여 변호사를 보호하지 못한 로펌에 대한 성토의 글이 이어졌다.
한 여성 변호사는 “법인이 보호해주지 못한 것이 여 변호사를 더욱 공격의 목표로 만든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며 “신입 변호사들이 의뢰인으로부터 폭행당한 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로펌 운영자들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다른 한 변호사는 “이 사건은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알던 얘기”라며 “피해 여 변호사의 소속 로펌에서도 알고 있으면서 쉬쉬한 것이다. 이것이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고객의 갑질도 문제지만 법조에서마저 불법을 묵인하게 하는 고용 변호사의 처우가 더욱 심각하다”고 개탄했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로 머리채를 잡힌 여 변호사가 부각되고 있지만 당시 현장에서는 김씨로부터 뺨을 맞은 젊은 남자 변호사도 있었다. 이 변호사는 만취한 김씨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자 그를 부축하다가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젊은 여 변호사들의 로펌에 대한 원망과 분노는 오프라인에서도 목격된다. 피해 여 변호사와 동기인 한 새내기 여 변호사는 “가해자가 재벌일수록 회사(로펌)이 울타리가 돼 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대형 로펌이 아무런 대응도 못하는 데, 중소형 로펌이나 개인 변호사 사무실에 고용돼 일하는 여 변호사들이 같은 일을 당하면 누구에게 하소연 하란 말이냐”고 분개했다.
올해 3년차를 맞는 다른 여 변호사는 “가해자는 재벌기업의 아들인 데다가 여러 불미스러운 일로 공개적인 물의를 일으켰던 사람이다. 더욱이 주취상태의 폭행혐의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고 지금은 집행유예 중인데, 이런 사람을 같은 회사에 다니는 신입 변호사들만의 회식자리에 동석시킨 것은 회사의 사정을 고려한 것 아니겠느냐”며 “이런 신입 변호사들을 보호해주지 못한 회사도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회장 이은경)는 사건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직후 성명을 내고 “대형 고객의 눈치만 살핀 나머지 수개월간 해당 사건을 방치하고 소속 변호사들의 안위를 살피지 않은 대형 로펌의 행태도 매우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변협 진상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더불어 해당 로펌은 소속 변호사들의 피해에 관한 진상을 파악하고 피해 변호사들에 대한 구제조치를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성 변호사 폭행 사건으로 고발당한 김승연 한화그룹의 삼남 김동선(왼쪽 두번째) 씨가 지난 1월 '주점 종업원 폭행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뒤 첫 공판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