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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특허법원)①국경 넘나드는 'IP전쟁'…"특허법원 글로벌협력 절실"
한국 법원, 국제콘퍼런스 주도…아시아 지재권 분쟁해결 모델 모색…국제법관협회 설립도 제안
입력 : 2017-09-08 오전 8:00:00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특허소송이 점점 '국경'을 넘어 글로벌화 되면서 급증하고 있는 다국적 소송을 처리하기 위한 국내외 협력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비즈니스 관점에서 볼 때도 특허법원 간 교류와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 주요 특허법원의 판결이 다른 나라의 소송에 미치는 영향력이 증가하면서 전체적인 소송 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특허법원은 이같은 세계 특허소송의 주요 현안에 대한 논의를 주도하기 위해 지난 6일 2017 국제 특허법원 콘퍼런스를 개최해 향후 아시아 지적재산권(IP) 분쟁해결 모델 마련을 모색했다. 변화하는 특허법원의 역할과, 새롭게 주목되는 아시아 특허소송 시장, 4차산업 발전으로 변화하는 특허소송의 흐름을 짚어본다. (편집자)
 
기술 발전과 세계 시장 연계로 지적재산권(IP)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동시다발적 소송이 전개되면서 이를 담당하는 특허법원의 중요성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국내를 넘어 세계시장을 염두에 두고 각 나라와 협력해야 하는 문제가 과제로 떠올랐다.
 
정부는 IP 관련 분쟁 해결을 위해 지난 1998년 3월 특허법원을 개원했다. 아시아 최초의 지식재산 전문법원이었다. 고등법원급 전문법원인 특허법원은 특허심판원 심결에 대한 취소소송과 특허권·실용신안권·상표권·디자인권·품종보호권에 관한 민사소송의 1심 판결에 대한 항소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2000년 대전광역시로 자리를 옮긴 뒤 2003년 청사를 새로 만들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시대 흐름에 따라 특허 관련 소송은 국내를 넘어 국제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지난 2011년 삼성과 애플의 법정 다툼은 IP 소송의 세계화를 국내에 제대로 알렸다. 휴대폰 기술은 물론 디자인 특허를 놓고 맞붙은 두 회사는 국내와 미국에 머물지 않고 독일, 일본 등 세계 각국에 특허소송을 제기했다. 삼성 외에 LG도 지난 3월 미국 스마트폰 제조사인 '블루'를 상대로 미국 지방법원에 특허소송을 제기하며 IP 소송 국제화와 맥을 같이 했다.
 
국내라고 다르지 않다. 특허법원 발표에 따르면 2010년 외국인이 당사자인 특허법원 사건은 전체 대비 25%였으나 지난해 42.5%로 껑충 뛰어올랐다. 적어도 특허소송에 있어서 더는 '우물 안 개구리'는 통하지 않는다는 게 현실로 드러났다. 바꿔 말하면 나라 밖 사람들과 유대 필요성이 그만큼 커졌다. 이미 특허법원은 올 5월 국제지식재산권법연구센터를 설립해 국내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비교법적 연구 활동을 전개했다. 또 국제재판부 설치를 준비하는 등 국제화에 대비해왔다.
 
6일 특허법원에서 열린 2017 국제 특허법원 콘퍼런스는 이러한 국제적 협력을 위한 노력의 하나다. 한국, 미국, 일본, 중국, 인도, 독일 등 세계 8개국 판사들과 지식재산 전문가 200여명이 참가해 '총성 없는 전쟁'이 펼쳐지는 전 세계 저작권 시장 협력 방안을 놓고 머리를 맞댔다. 이번 콘퍼런스는 주요국 특허법원 법원장, 판사들이 참가하는 세계 유일의 국제회의로 한국이 세계 특허소송의 주요 현안에 대한 논의를 주도한다. 앞서 특허법원은 2015년에도 국제 특허법원 콘퍼런스를 개최해 협력 방안을 모색했고 2013년에는 한·미 지적재산소송 콘퍼런스를 열어 미국과 정보를 교환했다. 특허법원의 콘퍼런스 개최는 단순한 의견 교환에 그치지 않고 한국이 국제 IP 허브코트 구현을 위한 국제적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이날 이대경 특허법원장은 늘어나는 국제적 협력 필요성을 위해 전 세계 IP 법관들의 모임인 세계지식재산법관협회 설립을 정식으로 제안했다. 그간 콘퍼런스에서 있었던 추상적 차원의 협력 필요성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지속적 협력을 위한 플랫폼 구축 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이 법원장은 "한국을 포함해 미국, 독일, 영국, 러시아, 중국, 일본은 IP 전문법원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는 많은 수의 IP 전문법관이 있다. 서로 만나 의견을 교환하자"며 협회 창설 당위성을 강조했다. 현재 세계적으로 여성법관회의와 조세법관회의가 열리고 있으나, IP 법관들의 정식 협회는 없는 상황이다.
 
이 법원장은 제안한 협회의 이점으로 먼저 지식재산소송제도 발전을 위한 실무적인 연구·국제 협력 논의가 가능하다는 점을 꼽았다. 또 정기적인 콘퍼런스를 개최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고 소송 제도가 정착되지 않은 국가에 대한 지원사업, 교육사업 등을 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콘퍼런스 개최를 넘어 정식 협회로 더 많은 법관 참여를 불러올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이날 참여한 IP 법관들도 국제협회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특히 이날 참석한 바바라 린 미국 텍사스 북부연방지방법원장과 미사오 시미츠 일본 지적재산고등재판소장도 협회 설립 시 참여 의사를 밝혔다.
 
글로벌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IP 전문 법원 사이의 교류와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 이날 김재형 대법관도 "특허법원의 관할집중 문제 등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여러 나라의 법률가들로부터 큰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 각국의 지식재산 전문 법원이 서로의 경험과 비전을 나누고, 조화와 협력의 방법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것은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라며 국제적인 IP 협력 필요성을 밝혔다.
 
IP 법원 간 국제 협력 효과는 압축해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더욱 나은 재판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공통 쟁점에 관한 기준을 검토하고 절차와 제도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보다 나은 재판을 할 수 있다. 또 IP 소송의 공통된 주요 쟁점에 대한 다른 나라 판단 기준의 유용성과 실제 적용과정에서의 문제점을 검토할 수 있고 각 나라의 지식재산소송 절차와 제도를 비교함으로써 국내 제도의 미비점과 개선점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둘째, 글로벌 IP 분쟁에 가장 효과적인 대응방법이 될 수 있다.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글로벌 IP 분쟁에서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각 나라 상황은 서로 다르다. 하지만 탈정치적, 학술적 성격을 가지는 IP 법원 교류는 정치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유연한 관계 형성을 가능하게 한다. 또 IP 법관들의 치열한 토론을 통해 형성된 공감대는 제도 변화를 이끌어 낼 영향력이 있다. 판결의 집행력은 영토 내로 제한되나, 판결의 영향력은 국경을 넘어 전 세계에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6일 대전 특허법원에서 열린 2017 국제 특허법원 콘퍼런스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특허법원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김광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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