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의중기자] 자유한국당이 담뱃세 인하를 추진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딜레마에 빠졌다. 동의하자니 세수 감소가 우려되고, 반대하자니 과거가 발목을 잡게 생겼다.
26일 한국당에 따르면, 담뱃세 인하 법안은 홍준표 대표의 측근인 윤한홍 의원이 준비 중이다. 홍 대표가 대선에서 패하긴 했으나, 공약이었던 만큼 이행해야 한다는 게 명분이다. 법안은 박근혜 정부 때 인상한 2000원을 그대로 내리되 2년마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값을 올리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일부 비판론이 제기되자 정우택 원내대표는 “당론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법안 발의는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도 집권 전까진 담뱃세 인상 반대론자였다. 담뱃세 인상 논의가 시작된 시점부터 최근까지 “서민증세”라며 일관되게 비판해왔다.
문 대통령은 1월 발간한 저서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는 “담뱃값을 이렇게 한꺼번에 인상한 건 서민경제로 보면 있을 수 없는 굉장한 횡포”라고까지 했다. 그러면서 “담뱃값은 물론이거니와 서민들에게 부담을 주는 간접세는 내리고 직접세를 적절하게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선 과정에서도 문 대통령 측은 ‘담뱃값 현행 유지’로 가닥을 잡았다는 보도가 나오자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이런 과정 때문에 문 대통령이 담뱃세 인하를 대놓고 반대하기에는 부담이 큰 상황이다. 그렇다고 찬성하기는 더욱 어렵다. 담뱃세를 인상 전으로 돌릴 경우 집권 기간 20조원에 달하는 세수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최근 문 대통령에 보고한 국정과제 실천을 위해 필요한 재원은 모두 178조원에 이른다. 초고소득 법인과 개인을 대상으로 한 이른바 ‘슈퍼리치 증세’를 들고 나온 것도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서다. 그런데 담뱃세를 내린다면 이런 세수 확보 노력은 수포로 돌아간다.
4500원에 판매되는 담배에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 841원 ▲담배소비세 1007원 ▲지방교육세 443원 ▲개별소비세 594원 ▲부가가치세 433원 등 모두 3318원의 세금이 붙어있다. 판매가의 74%가 세금인 셈이다.
한국납세자연맹이 최근 담배 판매 추이를 통해 예측한 세수전망에 따르면, 향후 5년(2017~2021년) 동안 담배 세수로만 57조2355억원이 걷힌다. 이 중 담뱃세 인상으로 얻어지는 추가 세수가 22조2830억원(연평균 4조4500억원)에 이른다.
이는 슈퍼리치 증세를 통해 얻는 세수보다 큰 규모다. 기획재정부 추산한 슈퍼리치 증세 효과는 연간 법인세 2조7000억원, 소득세 1조800억원이다. 둘을 합쳐도 연 3조7800억원에 불과하다. 정부가 담뱃세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고위당직자는 “문 대통령 입장이 난감한 건 사실이지만, 정부가 담뱃세 인하에 동참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가 담뱃세 인하에 침묵하는 사이 더불어민주당은 선봉에서 한국당을 공격하며 반대 여론을 몰아가고 있다. 추미애 대표는 “자신들이 올린 담뱃세를 내리자는 발상은 담뱃세 인상 명분(흡연율 감소 등)이 모두 거짓말이었음을 실토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한국당 정책위원회 관계자는 “그런 논리라면 더더욱 담뱃세를 다시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하고 있어 당분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국회는 2014년 12월 2일 본회의를 열어 담뱃세 인상안을 통과시켰다. 사진/뉴시스
김의중 기자 zer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