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10대 재벌그룹의 해외 내부거래가 4년 만에 48조원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계열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는 전반적으로 줄었지만 해외 내부거래는 증가, 총 내부거래액과 내부거래율은 늘어났다.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의식해 해외 계열사로 일감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29일 공정거래위원회와 재벌닷컴 등에 따르면, 총수 일가가 있는 10대그룹(2017년 공정자산 기준, 포스코·KT는 제외)의 국내외 계열사에 대한 내부거래는 2011년 379조원에서 2015년 410조5000억원으로, 4년새 31조5000억원(8.51%) 증가했다. 국내 계열사에 대한 내부거래는 16조2000억원(11.6%) 감소했으나, 해외 계열사 내부거래가 47조7000억원(19.9%) 크게 늘었다.
특히 이 기간 10대그룹 가운데 국내 내부거래가 줄어든 삼성과 현대차, SK, 한화, 현대중공업, 두산 등 6곳 중 해외에서도 내부거래가 감소한 곳은 두산이 유일했다. 삼성, 현대차, SK, 한화, 현대중공업은 국내 내부거래 감소치를 상쇄할 만큼 해외 내부거래가 크게 증가했다. 삼성은 국내 내부거래가 15조7000억원 줄었지만 해외에서는 39조원 늘었다. 내부거래율도 국내에서는 13.0%에서 7.2%로 개선된 모습이지만, 해외에서는 39.9%에서 54.0%로 증가해 대조를 이뤘다.
현대차와 SK 역시 국내 내부거래액은 각각 4.0%(32조2000억원→30조9000억원), 1.8%(33조9000억원→33조3000억원) 낮아졌지만, 해외 계열사에 대한 일감은 30.3%(36조3000억원→47조3000억원), 3.6%(30조9000억원→32조원) 늘었다. 한화와 현대중공업도 거래 규모는 작았지만 상황은 같았다. GS는 해외 내부거래가 줄기는 했지만, 2015년 기준 내부거래액과 내부거래율은 해외(7조3000억원, 13.8%)가 국내(2조9000억원, 5.3%)보다 더 많았다. LG는 국내와 해외 모두 내부거래액이 오른 가운데 2015년 기준 해외거래(46조5000억원, 40.7%)가 국내거래(16조8000억원, 14.7%)보다 더 많았다.
공정위는 매년 국내 계열사에 대한 내부거래 현황을 발표하며 "사익 편취를 규제하는 정책과 기업집단의 자발적 노력으로 내부거래가 줄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결과를 보면 재벌이 자발적으로 내부거래를 줄였다기보다 정부 손길이 안 미치는 해외 계열사로 일감 몰아주기 방향을 바꿨다는 표현이 더 적절해 보인다. 실제로 공정위는 '현실적인 조사 가능성'을 들어 해외 계열사에 대한 내부거래 규제를 그간 유보했다.
재계의 해외 내부거래 급증은 정부가 재벌개혁의 하나로 추진 중인 사익편취 규제의 마중물이 될 전망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는 내달 2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제출한 자료에서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에 금전적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며 "행정제재에 한계가 있으므로 집단소송·징벌적배상제 등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 고강도의 규제 강화를 예고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