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36개 대기업 그룹이 올해 채권은행의 재무안정성 평가를 받아야 하는 주채무계열로 지정되면서 이들 대기업 계열 사이에서 '옥석 가리기'가 본격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작년 말 기준 금융권 신용공여액이 1조4514억원 이상인 36개 계열기업군을 주채무계열로 선정했다고 11일 발표했다.
현행 은행업감독규정은 전년 말 금융기관 신용공여 잔액이 그 이전해 말 금융기관 전체 신용공여 잔액 대비 0.075% 이상인 계열기업군을 주채무계열로 선정한다.
주채무계열 수는 지난 2013년 30개에서 2014년 42개로 대폭 늘어난 뒤 3년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14년 이전에는 잔액 대비 0.1% 이상인 그룹을 주채무계열로 지정하다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위해 선정 기준을 강화했다.
올해는 성우하이텍이 주채무계열에 새로 포함됐다. 신용공여액 규모 등을 고려해 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을 맡게 됐다.
반면 4개 계열은 올해 주채무계열 명단에서 빠졌다. STX조선해양은 주기업체인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로, 현대는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계열분리로 명단에서 제외됐다. 한솔과 태영은 차입금 상환 등으로 신용공여액이 줄며 대상에서 빠졌다.
작년 말 주채무계열의 총 신용공여액은 270조8000억원으로 금융기관 전체 신용공여액(2022조2000억원)의 13.4%를 차지했다.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이 많은 그룹을 정하다보니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현대중공업, 롯데, 포스코, 한화 등 재벌 그룹은 거의 다 명단에 들어 있다. 상위 5개 계열의 신용공여액 합계액은 117조6000억원으로 117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6조7000억원 감소했지만 주채무계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3.4%에 달했다.
5대 계열 가운데 LG(5위→4위)와 현대중공업(4위→5위) 계열의 순위가 바뀌었다. 신세계(25위→20위) 등 14개 계열은 순위가 상승했고, 포스코(6위→7위) 등 6개 계열은 하락했다.
주채권은행은 주채무계열을 상대로 다음 달 말까지 재무구조 및 소속기업체 평가를 벌인다.
주채무계열로 선정되면 채권은행은 기업에 대한 재무구조 평가를 실시하며, 기준점수를 밑돌면 차입금 축소 및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한다. 기준점수 110% 미만일 경우에는 신규사업진출, 인수·합병(M&A) 등 중요 추진사항 등에 대한 정부제공약정도 맺는다.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과 같은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체적으로 재무구조 개선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는 셈이다.
주채권은행은 이달 말까지 주채무계열에 대한 재무구조평가를 실시해 불합격한 계열을 중심으로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하고 정기적으로 약정 이행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은행들은 부채비율을 중점으로 이자보상배율, 총자산회전율, 매출액영업이익률 등 4가지를 평가해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 기업을 선정하게 된다.
금감원은 주채무계열 평가와 별도로 정기 신용위험 평가에도 착수해 오는 7월까지 대기업 평가를, 10월까지 중소기업 평가를 실시해 부실기업을 솎아낼 방침이다.
주채무계열은 부실 징후를 보이는 대기업을 미리 가려내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지만, 신용위험평가는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선정하는 작업이다. C등급 기업은 워크아웃, D등급은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된다.
주채권은행은 반기마다 약정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분기마다 자구계획 이행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김영주 금감원 신용감독국장은 "관리대상계열 등에 대해서는 수시평가를 추가로 실시하는 등 사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약정체결 계열이 아닌 경우에도 리스크요인이 부각될 때에는 수시평가 대상에 포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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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