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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노사혁명 4.0이다)⑥"노사관계, 대립으로는 공멸 뿐…패러다임 전환 요구돼"
전문가 진단 "노사혁명 4.0" 한목소리…대선주자들 편들기 지적도 이어져
입력 : 2017-05-08 오전 7:00:00
[뉴스토마토 최병호·구태우 기자] 축복일지, 재앙일지 모를 4차 산업혁명이 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노사관계는 여전히 퇴행적이다. 갈등의 골이 패이고, 상호간 불신이 커 한걸음조차 내딛기 어렵다. 재계는 경쟁력의 근거가 될 고용의 질과 지속성정을 고민하는 대신 구조조정의 필요성부터 주창하고 나섰다. 로봇과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노동계는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지만, 재계 방점은 효율성에만 찍혀있다. 갈등과 대립은 불가피해졌다. 노동계 역시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분리, 내분이 한창이다. 민심과 동떨어진 투쟁 일변도의 이해 추구는 그들의 존립 근거조차 훼손하고 있다. 반목과 대립의 기존 노사관계 틀을 깨고,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노사혁명 4.0'이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다.
 
김기선 한국노동연구원 기획전략실장. 사진/한국노동사회연구소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의 충격에 대비, 이전과 다른 협력의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기선 한국노동연구원 기획전략실장은 먼저 "사측이 단순히 노조를 인정할 것이냐, 아니냐의 문제를 떠나 해당 산업이 우리나라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는지 노조와 경영계, 정치권 등 다양한 파트너, 이해관계자들과 의제를 설정해 논의해야 한다"며 "4차 산업혁명 태풍 속에 앞으로 구조조정과 산업의 변동이 더 클 텐데 경제 위기가 왔을 때야 비로소 움직일 건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노조에 대해서도 "4차 산업혁명의 롤 모델이 독일인데, 독일의 노조도 고민이 많다"며 "산업 변화로 노조가 와해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해 있는 상황이고, 제조업의 경우 공정의 디지털로 인한 직접적인 충격을 받을 텐데 조직 대상인 노동자들이 없어지면 어떻게 될지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지금 노조가 사용자와 4차 산업혁명과 고용, 산업 변화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며 "물론 노조도 자기의 이익을 내려놓을 수 있을 정도의 포용성을 가져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가 말하는 '노사 화합의 중요성', '노사관계의 균형'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어서 새로울 게 없어 보인다. 그러나 앞서 본지 기획을 통해 살펴본 대로 이조차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던 게 우리나라 노사관계다. 더구나 해외 사례를 보면, 발전적 노사관계라는 원칙을 지킨 기업들은 업계에서 선두에 오르며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과 대비된다. 2011년 미국 포춘지가 선정한 '일하기 좋은 회사' 1위에 오른 소프트웨어 서비스업체 'SAS 인스티튜드'는 생산성을 위해 직원의 행복과 건전성을 첫째 요건으로 꼽고, 직원을 위한 복지 혜택과 고용 안정성 확보 등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
 
정승일 사무금융서비스노조 정책연구소장은 "스웨덴과 프랑스, 독일 등의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처럼 공정거래법상 원·하청 규제가 없음에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협력하고 있다"며 "유럽의 대기업들이 양심적이고 자비로워서 납품단가를 후하게 쳐주는 게 아니라, 강력한 산별·지역별 노조가 있고 단체협상의 법적 의무화를 통해 업종 내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 등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없앴기 때문"이라고 노조의 필요성과 역할 변화를 촉구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 사진/금속노조
노조의 방향성 전환 요구는 이어졌다. 기아차 노조 사태에서 촉발된 노동계의 분열과 이해독식을 극복하고 정치성을 탈피, 생활형 의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정규직이 비정규직을 위해 적극적으로 싸워 이뤄낸 성과들이 쌓여야 노조도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자기 혁신을 통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바꾸려고 노력해야 비노조원과 국민들의 지지를 얻고 사회적 영향력도 생긴다"며 "기아차 노조의 비정규직 분리 사례를 보더라도 정규직이 이기적이고 기득권 중심의 모습을 보이면서 사회적인 정당성을 잃었다. 자기들 욕심만 채우는 노조에 대해 국민들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유력 대선주자들이 노동계와 경영계 한 쪽의 입장만 대변하며 대립을 재촉한다는 지적도 잇달았다. 지난 정부들이 국민 대다수보다는 소수의 재벌과 기득권을 대표했고, 이로 인한 불평등 심화 등 한국사회가 뿌리채 흔들렸기 때문에 올해 대선은 재벌을 견제하는 경제민주화로 방향이 설정돼야 한다는 게 문재인·안철수·유승민·심상정 후보의 공통된 입장이다. 반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규제 완화로 재계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각론에는 차이가 있지만 앞선 네 사람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 의지를 드러냈다. 반면 대한상공회의소 등 재계는 "무엇을 동일노동으로 규정할지 등의 문제로 가면 비현실적"이라며 "재계의 요구인 노동의 유연성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고, 노동의 경직성만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력 주자들이 노조 편에 서서 성장의 동력인 재계의 의견은 수렴하지 않는다는 불만이다. 이와는 반대로 홍준표 후보는 "'귀족노조 해체'를 통해 기업의 투자 자유도를 높이겠다"며 전적으로 재계를 편들고 나섰다. 게다가 '비정규직 축소 기업'에 법인세 감면 혜택까지 주겠다고 공언하는 등 노사화합은 뒷전이며 노사의 분열만 재촉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최병호·구태우 기자 choibh@etomato.com
 
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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