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희 기자] SK이노베이션이 비석유부문 호조에 힘입어 영업이익 1조원을 또 한 번 돌파했다. 분기 기준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긴 것은 역대 세 번째로, 지난해 2분기 이후 3분기 만이다.
SK이노베이션은 25일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11조3871억원, 영업이익 1조43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 19% 실적이 개선됐다. 특히 석유화학·윤활유 등 비석유부문이 돋보였다. 영업이익은 4547억원으로, '본업'인 석유사업(4539억원)을 처음으로 능가했다. 석유사업의 영업이익 비중은 2015년 57%, 2016년 50%, 2017년 1분기 45%로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는 반면, 화학·윤활유사업은 2015년 46%, 2016년 53%, 2017년 1분기 55%로 증가세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강력하게 추진해 온 '펀더멘털 딥 체인지' 전략에 따른 것"이라며 "수년간의 투자로 고마진 석유화학제품 생산설비를 늘린 결과 이익규모가 업그레이드됐다"고 설명했다. 포트폴리오가 기존 석유사업 중심에서 에너지·화학까지 진용이 다각화됐고, 이에 따라 회사의 수익창출 방식이 달라졌다는 뜻이다.
석유사업은 정제마진이 약보합세를 보이고 유가상승 효과가 사라지면서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줄었으나, 전년 동기에 비해서는 16% 늘었다. 회사 측은 컨퍼런스콜을 통해 "국제유가가 약세라도 정제마진은 강세일 수 있다는 것이 작년 이후의 트랜드"라며 "올해 정제마진은 작년보다 강세로 전망한다"고 자신했다.
화학사업은 주요 공정이 지난해 4분기 정기보수를 마치고 본격 재가동에 들어가면서 에틸렌, 파라자일렌(PX) 등 주요제품의 마진이 강세를 보였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의 40%에 육박하는 수익도 1분기에 올렸다. SK인천석유화학도 전년 동기 대비 8% 성장한 13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힘을 보탰다. SK인천석유화학, 중국 중한석화, 울산 아로마틱스, 넥슬렌 등에 5조원가량을 투자하고 이들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화학사업의 영업이익은 연간 3000억원대(2010년 기준)에서 1조원대로 급증했다.
윤활유사업은 공급 부족으로 인한 윤활기유 스프레드 강세로 전분기 대비 10% 증가한 94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석유개발사업은 전분기 대비 285억원 증가한 57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리튬이온배터리분리막(LiBS)과 연성동박적층판(FCCL)을 생산하는 정보전자소재사업은 중국 수요 증가를 비롯한 글로벌 IT 및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른 수혜로 11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신사업인 전기차배터리 사업에도 긍정적이다. 유럽 등의 수요 증가로 지난 3월 생산설비를 기존의 두 배 이상인 3.9GWh로 확대키로 했으며, 오는 2020년까지 1회 충전 주행거리를 500km로 늘릴 계획이다.
회사 측은 2분기 전망에 대해 "예정된 역내 에틸렌, 파라자일렌 설비의 정기보수 등을 감안할 때 호실적이 이어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아울러 시설투자도 공격적으로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케펙스(CAPEX·시설투자비용)는 1조원 초반대로, 투자가 늘어난다면 3조원까지도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우케미칼과 듀폰의 합병으로 당분간 연기된 다우케미칼의 에틸렌아크릴산(EAA) 자산 인수도 오는 8월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