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법원행정처가 법원 내 진보성향의 판사들의 사법개혁 움직임을 부당하게 견제하려 했다는 의혹이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이인복 전 대법관)는 18일 그동안의 진상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법원행정처 소속 이모 부장판사(서울고법 부장)는 국제인권법 연구회장직을 마친 뒤 연구회가 주최하는 공동 학술대회와 관련해 법원행정처 주례회의에서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고했고, 여러 방법을 동원해 공동학술회의를 연기하거나 축소하도록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상조사위는 이에 대해 “적정한 수준과 방법의 정도를 넘어서는 부당한 행위이며, 법원행정처에 미리 보고가 된 뒤 실장회의 등에서 논의된 공동학술대회 관련 대책들 중 일부가 실행된 이상 법원행정처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의 전문분야연구회 중복가입을 제한한 것은 판사들에 대한 부당한 압박을 가한 제재조치로서 사법행정권의 남용이라고 판단했다. 진상조사위는 이날 “전문분야연구회 중복가입 해소조치는 비록 기존 예규에 따른 집행이기는 하나 그 시기와 방법, 근거, 내용과 시행 과정 등에서 시급성과 필요성 및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소조치 전후 사정에 비춰 국제인권법연구회나 공동학술대회에 대한 제재로 볼 만한 의심스런 정황이 많다”며 “이는 법원행정처가 예규의 집행이라는 명목으로 국제인권법연구회 또는 공동학술대회를 견제하기 위해 부당한 압박을 가한 제재조치로서 사법행정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지난 3월5~6일 법원행정처가 사문화된 판사들의 연구회 중복가입 금지 원칙을 근거로 연구회에 중복한 법관들의 탈퇴 등을 종용하고 진보성향의 국제인권법연구회가 계획한 학술회의를 축소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또 이 연구회 소속 판사가 법원행정처로 인사명령을 받았으나 돌연 취소되면서 인사전횡이라는 의혹도 함께 나왔다. 이에 양승태 대법원장은 지난 3월13일 사법연수원 석좌교수로 있는 이 전 대법관을 진상조사위원장으로 임명한 뒤 진상조사에 대한 전권을 위임했으며, 이 전 대법관은 일선 법원에서 추천받은 판사들로 조사위를 꾸린 뒤 진상을 조사해왔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