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형석 기자] 시중은행과 증권사의 투자은행(IB) 부문 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연초 국민은행 IB본부가 KB증권 IB부서가 위치한 여의도 KB금융타워로 자리를 옮긴데 이어 KEB하나은행도 IB인력을 대거 여의도 하나투자증권 본사로 이전시킬 계획이다. 이는 은행과 증권의 협업 시너지효과를 노린 계획이지만, 일각에서는 은행과 증권의 업권 문화 차이를 극복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내달 초 기존 IB본부 인력 70~80여명을 서울 여의도 하나금융투자 본사 7층에 배치할 계획이다. KEB하나은행은 오는 6~7월 완공되는 을지로 신사옥에 IB부서를 배치하는 대신 계열사인 하나금융투자와의 협업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KEB하나은행과 하나금융투자는 지난달 협업 강화를 위한 워크숍을 개최했다. 현재는 은행 IB인력 입주를 위해 여의도 본사의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앞서 국민은행은 지난 2월 IB사업본부를 여의도 KB금융타워에 입점시켰다. KB금융타워에는 현재 KB증권 IB사업부와 KB생명이 입주해 있다. 국민은행은 이번 은행 IB사업본부 이전을 통해 KB증권과의 견고한 협업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은행-증권 협업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여의도 신한금융투자 본사에 은행 IB인력을 배치한 이후, 올초 김형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을 신한금융투자 사장으로 선임했다. 지난달에는 신한은행 CIB그룹장인 우영웅 부행장을 지주 부사장으로 선임했다. 신한은행 CIB그룹장은 은행 부행장과 신한금융투자 부사장직을 동시에 수행하면서 증권 내 IB조직과 은행의 기업금융 간 시너지를 극대화해야 하는 중책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신한금융지주가 은행-증권의 IB 협업 강화를 위해 우 부행장을 지주 부사장으로 선임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처럼 은행과 증권사의 IB분야 협업 강화가 추진되고 있는 이유는 시중은행이 IB 강화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존의 예대마진 위주의 영업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번 은행-증권 협업은 은행이 주도하는 형태가 대부분"이라며 "은행의 사업성 악화로 기존 사업비를 줄이면서도 증권의 IB인력을 활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번 협업모델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은행과 증권의 영업문화가 상이한 것을 감안하지 않고 단순한 물리적 거리감을 좁히는 것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주 증권 계열사 한 임원은 "은행 IB 인력과 증권 IB 인력을 한 공간에 배치해 시너지를 노린다는 계획에 앞서 양 업권의 문화를 공유하고 화학적인 결합 없이는 애초에 생각한 시너지 효과는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임원은 이어 은행과 증권사의 영업문화가 단기간에 융합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증권사의 본사 IB 인력은 80%가량이 비정규직이다. 이에 증권 영업은 단기간에 실적을 내는데 치중한다. 조직 문화 역시 개인의 역량을 중시한다. 반면 은행 IB 인력은 대부분 정규직으로, 수직적인 조직문화에 익숙하고 IB 업무 역시 대형 인수금융에 집중돼 있다.
은행-증권 협업 강화가 증권사에 큰 이익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도 은행계열 증권사의 경우 한 중소기업이 주거래은행에 유상증자, 기업공개(IPO), 전환사채(CB) 등의 발행 수요가 있는 경우 이를 IB 조직에 연결해 주는 형식 등을 통해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협업 강화가 향후 글로벌 진출 시 은행의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수월해지는 측면이 있지만, 해외 사업의 경우 단기간에 실적을 내긴 어렵다. 반면, 은행은 증권사의 다양한 상품을 고객에게 판매할 수 있어 즉각적으로 실적 향상이 가능하다.
이 같은 영업 문화 차이로 은행-증권사 협업 모델이 실패하기도 했다. 앞서 하나금융지주는 5년전 당시 하나대투증권의 IB분야 강화를 위해 하나은행 IB인력을 증권사에 대거 이직시켰다. 하지만 1년도 채 넘지 않아 증권사로 이직한 은행 IB 인력 대부분이 회사를 떠났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5년전 시도한 은행-증권 협업 모델이 실패했을 당시와 다른점은 은행이 IB분야를 강화해야 하는 절박함이 늘어난 것 외에는 차이점이 거의 없다"며 "기존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도록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주 계열의 증권사의 경우 지금도 IB부서 중 절반가량이 은행조직과 완전히 일치한다"며 "증권사 직원들의 경우 사업비를 줄이기 위해 향후 증권사 인력을 구조조정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올 수 있는 만큼, 지주사가 이를 적극적으로 설명하지 않으면 증권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커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