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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커피 신화 '카페베네'의 몰락…가맹점주들 고스란히 타격
최승우 대표 취임 1년만에 '자본잠식'…작년 순손실 336억
입력 : 2017-04-07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앞으로 커피전문점이라는 본질에 충실해 성공 제 2막을 열겠다."
 
지난해 3월 위기에 빠진 카페베네의 구원투수로 나섰던 최승우 대표가 밝힌 다짐이다. 그러나 그의 결연한 다짐도 역부족이었다.
 
토종 커피전문점의 창업 신화를 일궜던 카페베네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2008년 창업 후 9년 만에 겪는 수모다. 창업주인 김선권 대표가 물러나고 지난해 3월 바통을 이어받은 최승우 대표가 흑자전환을 약속했지만 카페베네는 현재 존폐 기로에 서 있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카페베네는 지난해 매출액 817억원에 영업손실 134억원, 당기순손실 33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대비 32% 감소했고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18%, 25% 확대됐다.
 
역대 최대 적자에 해외사업환산손실 등까지 반영되면서 지난해 이익잉여금은 마이너스 558억원으로, 자본금(432억원)보다 커졌다.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148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된 것이다. '완전자본잠식'은 회사 적자폭이 커져 잉여금이 바닥나고 납입자본금마저 다 까먹은 상태를 말한다.
 
1000개 점포를 열며 승승장구했던 토종 커피전문점 몰락의 배경을 두고 업계에선 다양한 해석을 내놓는다. 특히 국내에서 가맹점주들에게서 벌어들인 수익을 무분별하게 해외직영점 진출 등에 써 국내서 벌어들인 돈을 해외에서 까먹는 방식의 돌려막기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프랜차이즈에 전통한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가맹점당 수억원을 벌어드렸고 인테리어비에서 남기는 수익도 상당한 수준이고, 점포가 1000개까지 확장됐는데 자본잠식까지 왔다는 것은 상식밖이다"며 "해외법인의 손실도 정확한 세무조사 등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어서 카페베네 점주들은 기존 창업주와 경영진에을 고발해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까지 흘러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카페베네는 스타벅스(신세계), 투썸플레이스(CJ푸드빌), 엔제리너스커피(롯데), 파스쿠찌(SPC) 등 대기업 자본이 투입된 커피전문점과 정면으로 맞서 공격적 출점 전략을 펼쳤다.
 
2008년 5월 천호동 1호점을 낸 후 2010년 10월 300호점을 열었다. 스타마케팅과 2030세대가 선호하는 유럽풍 인테리어로 인기를 끌면서 이후 불과 2년만인 2012년 7월 800호점을 돌파했고 그해 매출액도 2207억원으로 최고치를 찍었다. 이듬해엔 토종커피점 최초로 1000호점 돌파라는 기록까지 세웠다.
 
그러나 지나친 몸집 불리기가 발목을 잡았다. 커피전문점 시장이 포화상태에 빠지면서 가맹점의 수익성 악화가 시작됐고 비싼 가맹비와 인테리어 비용 등 잡음에도 시달리며 브랜드 이미지도 실추됐다. 여기에 창립멤버였던 강훈 전 본부장(현 망고식스 대표)이 "무차별적 점포 확장으로 커피맛이 떨어졌다"고 지적하는 등 '커피맛 논란'까지 번지며 고객들도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가맹사업법 규제도 카페베네의 성장가도에 제동을 걸었다. 2013년부터 출점 시 매장 간 일정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가맹사업법의 규제로 인해 몸집 불리기도 정체에 돌입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모색했지만 이마저도 성과를 얻지 못했다. 카페베네가 지분 100%를 보유한 미국법인 부실이 수익성 악화에 큰 타격을 줬다.
 
카페베네는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등 중심가에 직영점을 열었지만 현지 시장에 안착하지 못했고 비싼 임대료 등으로 재무상태가 악화됐다. 미국 법인은 지난해 132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지난해 싱가포르 투자자 '한류벤처'로부터 165억원을 수혈 받았지만 악화된 상황을 수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여기에 중국에서도 합작 투자를 했다가 수십억원의 손해를 봤다.
 
국내에서 진행한 신규 브랜드사업도 줄줄이 쓴 맛을 봤다. 레스토랑 '블랙스미스'와 빵집 '마인츠돔'은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적합업종에 선정돼 출점에 제한이 걸려 결국 사업을 접었다.
 
이처럼 카페베네는 총체적 난국에 빠졌지만 최근 전면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희망의 끈'을 놓치 않고 있다.
 
지난해 실적 부진은 그동안 부실이 쌓여있는 미국 등 해외 사업의 연결 손실을 회계에 반영한 결과라는 게 카페베네측 설명이다. 한국 사업만 기준으로 보면 영업 손실 규모를 2015년 43억8200만원에서 지난해 5억5400만원으로 줄였다는 점은 그나마 위안거리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포화 상태인 커피전문점 시장이 대기업 브랜드와 일부 저가 커피만이 살아남는 구조로 변했고 편의점 커피까지 득세하며 차별화에 실패한 카페베네의 몰락을 가져왔다"며 "무리한 해외진출과 묻지마 투자 등이 이 같은 결과를 초래했고, 국내 가맹점주들에게 이미지 실추 등 이 같은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갈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고 지적했다.
 
최승우 카페베네 대표가 지난해 3월 열린 미디어 간담회에서 새로운 BI와 비전을 발표했다. 사진/카페베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이광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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