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정기 임원인사를 마치고 이른바 '뉴롯데' 체제를 구축한 롯데그룹에 '사드 후폭풍'이라는 암운이 드리웠다.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부지를 둘러싼 중국의 보복 조치가 본격화되며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롯데 안팎에선 정부마저 '안보' 명분만 내세우며 팔짱을 끼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 새로운 롯데 경영진의 위기 대응 능력이 첫 시험대에 오른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롯데의 사드부지 교환 최종 승인 결정 이후 중국 관영매체들은 일제히 롯데를 비난하고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매운동까지 번지고 있다. 롯데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놓인 형국이다. 롯데는 그동안 중국사업에 상당히 공을 들여왔기 때문에 중국의 보복 움직임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1994년 롯데제과를 시작으로 롯데는 현재 중국 내 약 120개의 유통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백화점이 5개, 마트 99개, 슈퍼 16개 등이다. 현재는 24개 계열사가 중국에서 3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또한 한국 내에서도 매출의 대부분을 중국 관광객에 의존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이 약 4조2000억원, 롯데백화점이 약 3750억원의 매출을 요우커와 싼커가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최근까지도 중국 사업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해왔다. 올 겨울 중국 선양에 롯데가 8조원을 투입해 건설 중인 테마파크 롯데월드타워도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아직까지 롯데그룹은 사드와 관련한 공식적인 반응을 철저히 자제하고 있다. 중국의 보복 조치에 대응하는 것이 오히려 중국을 자극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사실상 비상체제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그룹 컨트롤타워인 경영혁신실 주도로 중국의 상황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롯데는 최근 위기상황에 대비한 별도의 테스크포스(TF) 조직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롯데의 새 컨트롤타워인 경영혁신실과 BU장 체제로 전환한 새로운 조직의 수장들이 문제 해결의 중심에 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아울러 이번 인사를 통해 경영 일선에 배치된 이른바 '중국통'들의 역할도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위기 상황을 돌파할 적임자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될 황각규 경영혁신실장이다. 황 실장은 2000년 롯데그룹으로 자리를 옮긴 뒤 줄곧 해외사업을 담당해 왔다. 각종 해외 M&A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지난 2015년에는 중국을 찾아 요우커를 직접 유치하기도 했다. 황 실장은 경영혁신실장 선임 직후 인터뷰를 통해 중국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위기 돌파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소진세 사회공원위원회 위원장(사장)의 역할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소 사장은 공식적으로는 사회공헌위원회를 이끌지만 신동빈 회장의 보좌역을 겸직한다. 회장 보좌역은 신설된 보직으로 신 회장 최측근에서 주요 현안을 보필하는 역할을 맡게 되는만큼 중국 사업의 위기 상황과 관련해 신 회장과 긴밀한 의견 조율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2014년부터 그룹의 대외협력단장을 맡아 폭넓은 인맥을 토대로 각계 각층 인사들과 소통 역할을 해온만큼 대중국 사업의 위기 상황과 관련해 정부와의 협력을 통한 대응을 주도하는 역할도 소 사장이 맡게 될 전망이다.
이원준 유통BU장(부회장)의 역할에도 귀추가 모아진다. 롯데 중국 사업의 가장 큰 비중이 유통 사업인 만큼 강화된 책임경영 체제 아래 이 부회장의 위기 대처 능력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실제 롯데는 유통 사업부문에서만 중국에 롯데마트 등 150개가 넘는 지점을 운영하고 매출이 3조원이 넘는다. 하지만 중국 롯데마트의 일부 협력사들이 매장에서 제품을 빼기로 하고, 중국의 온라인몰 등은 롯데마트관을 폐쇄하는 등 노골적인 보복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사태가 심화될 경우 중국 사업의 가장 큰 매출 비중을 유통 사업에 직격탄이 예상된다.
2014년부터 차이나사업부문장을 맡으며 '중국통'으로 알려진 강희태 롯데백화점 대표도 이 부회장과 함께 중국 사업의 정상화를 위한 역할이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유통BU 아래 계열사들은 중국 사업 손실 최소화를 위한 비상체제에 돌입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사드 후폭풍으로 경영혁신실과 유통채널 대표들에 포진한 롯데그룹 내 중국전문가들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며 "책임경영 체제가 강화된 만큼 새로운 수뇌부들이 보임 직후부터 큰 숙제를 맞게 됐고 경영능력을 가늠하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황각규 가치경영실장, 소진세 사회공헌위원장, 이원준 유통BU장. (사진제공=롯데)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