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페이스북 트윗터
(갈길 먼 중기특화 증권사)①"고삐 더 죄라" vs "시간 부족"…당국-업계 불협화음
업계 "단기간에 성과 내기 어려워"…당국 "이제와서 딴 소리"
입력 : 2017-03-03 오전 8:00:10
[뉴스토마토 차현정·김보선기자] 금융당국의 중소·벤처기업 특화증권사 제도가 1년이 다 돼가도록 실효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건 현실이 도입 취지와 전혀 딴판인 탓이다. 금융위원회는 이 제도를 통해 중소형증권사들이 증권산업 경쟁기반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이런 정부의 이상이 시장의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국과 업계의 중기특화 증권사 제도를 둘러싼 묘한 온도차다.
 
업계 중간평가 임박…"단기 실적맞추기로 전락 우려"
 
"중기특화 증권사 선정만이 살 길이다. 신사업 진출 메리트가 클 것으로 본다."(중기특화 증권사 선정 이전)→"단기에 실적 내기 어렵다. 정책적인 지원이 더 필요하다."(선정 이후 현재)
 
뉴스토마토가 지난해 만난 중기특화 증권사들은 정부의 전에 없던 정책 지원에 대해 내내 기대감을 보였다. 그런데 중기특화 증권사 선정 10개월여가 지난 현재의 반응은 전과 다르다. 당장 중기특화 증권사의 라이선스 유지 여부를 판가름할 금융위의 중간평가가 다음 달로 바짝 다가오자 자칫 '퇴짜'를 맞을까 우려하는 속내도 엿보인다.
 
한 중기특화 증권사 관계자는 "작년 10월에 개정된 금융위의 관련 지침(금융위 고시 제2016-39호)을 보면 라이선스를 유지하는 일이 보통 쉬운 일이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수페이지의 지침 속에 세분화돼 있는 별점표, 그 중에서도 특히 전문인력과 능력, 역량 배점이 높은데 이런 건 단시간에 구축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무엇보다 필요인력을 충당하기 어려운 중소형증권사의 현실적인 상황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다른 중기특화 증권사 대표도 "중기특화사에 쥐어준 기회가 대부분 단기에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점은 당국도 공감할 것으로 본다. 시간에 쫓겨 당장의 평가점수에 급급해 무리하게 나섰다가는 근본적인 체질개선보다 단기 실적 맞추기로 전락하지 않겠느냐"며 당국이 업계의 요구를 적극 반영하고 같이 고민에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중기특화 증권사 평가항목인 크라우드펀딩 업무에 대해서는 교통정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속절없이 미뤄지는 광고규제 개편안 통과만 기다리는 상황이어서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위가 광고나 투자한도 등 제도를 보다 유연하게 운영하려는 입장인 것은 알지만 크라우드펀딩이 일종의 엔젤투자인 만큼 광고 자체는 허용해주되 위험에 대해 분명히 알리고 투자한도도 개인자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또한 금융투자업계 전반 분위기가 초대형 IB 육성에 맞춰 돌아가다보니 중기특화 영향력이 가려져 평가 절하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당국 "달라고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금융당국은 선뜻 공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책 수혜 다 누린 업계가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른 인심조석변(人心朝夕變·사람 마음은 아침 저녁으로 변한다)의 모습을 보인다고 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중기특화 증권사 선정 이전에는 적극적으로 나설 것처럼 했던 회사들이 이제와서 실적이 정책기대에 못 미치니 딴소리하는 것으로 밖에 해석이 되지 않는다"며 "결국 노력과 실적이 부족하단 걸 알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중기특화사 선정 증권사가 정책금융기관 등으로부터 받는 금융지원은 다양하다. 산업은행은 특화 증권사가 운용하는 별도의 펀드를 조성하거나 인수합병(M&A) 펀드 운용사를 선정할 때 우대해주고, 기업은행은 특화 증권사가 펀드를 결성할 때 출자 지원을 검토해주는 식이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은 프라이머리 유동화증권(P-CBO) 발행 주관사를 선정할 때 특화 증권사에 일정부분 우대혜택을 준다. 증권금융으로부터 증권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약정한도, 만기, 금리 우대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실제 신보와 기보의 P-CBO 주관사 선정 우대의 경우 코리아에셋증권과 키움증권이 특화 증권사 선정 후 혜택을 봤다. 주관사 선정시 우대가 자본요건을 면제해주고 가점을 부여하는 식인 만큼 나머지 4곳은 인센티브 전에도 이미 P-CBO 주관사 참여 경험이 있었는데, 기존에 참여 경험이 있던 한 증권사 관계자는 "1년 사이 실적이 예년과 비교해 큰 차이는 없었다"고 자평했다.
 
크라우드펀딩 중개 실적도 기대에 못 미친다. 현재까지 증권사 중에서는 IBK, 코리아에셋, 유진, 키움, KTB 등 5곳이 크라우드펀딩 중개에 참여했는데, 중기특화 증권사 선정 평가항목에 크라우드펀딩이 포함되면서 급하게 시장에 참여한 증권사들이 많았고 이 때문에 실적은 답보수준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당국은 평가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만큼 업계가 이제라도 다시 고삐를 죌 것을 바라는 눈치다. 2011년 이후 대형 IB를 노린 증권사와 그렇지 않은 증권사간의 자본 양극화로 중소 증권사들은 대형화가 아니라면 특화만이 살길이라는 과제를 강조하면서다.
 
 
2년차 맞아 구두끈 조이는 중기특화 증권사 
  
중기특화 증권사의 지정 효력은 2년. 이제 남은 건 1년여다. 중간 실적은 제도의 효율성을 점검하고 미비점을 보완할 중요한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곧 있을 금융당국의 중기특화사 지정 1년차 옥석가리기를 앞두고 그간의 행보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호기심을 자아내고 있다. 중기 투자 IB업무 초석을 다진 6개 중기특화 증권사들이 심기일전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이들은 인센티브 방안을 활용해 신보와 기보의 P-CBO 발행을 주관하거나, 코넥스 등 중소기업의 기업공개(IPO) 상장주관과 컨설팅 업무를 하며 관련 실적을 쌓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당초에 중소기업 금융서비스에 주력했던 IBK투자증권 정도가 두드러졌을 뿐 눈에 띄는 성과는 없었다. 실제 P-CBO 발행 주관에 IBK와 유진투자증권이 각각 24건, 14건 참여했지만 나머지는 비슷했고, 크라우드펀딩 역시 기업별 쏠림이 심했다. 코넥스 지정자문 역할도 최대 6건에 그쳤는데 그나마 특정사에 집중됐다.
 
IBK투자증권은 지정 후 코넥스시장 지정자문에 5건 참여했다. 중기 IPO는 6건 지원했으며, P-CBO 발행 총 24회 공동주관했다. 크라우드펀딩 중개는 10건, 총 24억6000만원을 조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안타증권은 중기 인수합병(M&A) 자문에 2건 참여했으며 IPO 1건에 참여했다. P-CBO 발행에는 4회 참여해 1100억원의 인수 실적을 거뒀다. 공모 유상증자(2건), PI투자(3건), 장외중개(12개 종목) 등에서도 성과를 냈으며 크라우드펀딩에 3건 투자했다. 다만 크라우드펀딩 중개기관에는 참여하지 않은 상태다. 올해는 P-CBO 인수규모를 2000억원, 유상증자 인수 및 장외중개거래 실적 각각 300억원 이상으로 잡았다.
 
유진투자증권은 코넥스 지정자문 1건에 참여해 에스엔디가 상장을 완료했다. 특히 P-CBO 발행 14건을 주관하며 IBK투자증권 다음으로 높은 성과를 냈고, 이를 포함한 채권 발행에서 1482억원 실적을 올렸다. 크라우드펀딩은 5건 중개했다. 키움증권은 코넥스시장 지정자문인 실적 6건을 달성했고, 중기벤처 IPO 6건에 참여했다. 또 P-CBO 발행 1건을 공동주관했으며 크라우드펀딩 4건을 중개했다. 올해 크라우드펀딩을 늘리고 코넥스, 스팩, 코스닥 상장 주관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은 중소·벤처기업 M&A와 비상장주식 중개 등 중간 회수시장을 활성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선정 이후 크라우드펀딩 12건과 신용보증기금 P-CBO 발행 1건 주관을 마쳤다. 중기특화사 가운데 가장 먼저 신기술사업금융업자 등록을 마친 코리아에셋증권은 최근 'KSM-KAI 크라우드 시딩펀드' 운용에도 나설 수 있게 됐다. 이태열 코리아에셋투자증권 전무는 "올해는 특히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이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하반기 오픈하는 Pro-OTC 시장 참여를 통해 비상장주식 시장을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을 만드는데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KB증권이 빠지며 신규 선정된 KTB투자증권은 1월 이후 크라우드펀딩 1건을 중개했다. KTB투자증권 관계자는 "올해는 스팩(SPAC) 합병이나 코넥스를 활용해 중기벤처 지원에 주력할 것"이라며 "KTB1호스팩, KTB2호스팩 등 연내 합병을 추진하고, 스타트업금융팀을 통해서 크라우드펀딩 사업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현정·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 
 
김보선 기자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