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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원화 투매, 외환시장 대 혼란
입력 : 2008-03-14 오후 5:25:00
외환시장이 걷잡을 수 없는 혼란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정부 당국이 예상했던 것 이상의 원화 폭등세이다.
 
외환시장에서 원화 환율은 폭등세를 지속하고 있다. 오늘까지 장장 11일째 상승이다. 지난 2월 29일부터 속등세를 이어오던 원 달러 환율은 멈출 줄을 모르고 있다. 이는 지난 1990년 이후 최장기간 상승세이자 18년 만의 일로, 날마다 새로운 역사의 기록을 쓰고 있다.
 
달러 약세에도 불구 외국인은 연일 원화를 시장에서 팔아 치우고 있다. 변동성이 커진 탓도 있지만 원화 가치 폭락의 이면에는 구조적 요인들이 도사리고 있다.
 
외국인의 연일 계속되는 주식 순매도 기조와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 연속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국제수지 불안도 원화약세가 지속되는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또한 지난 해까지만해도 달러 공급의 한 부분을 담당했던 국내 조선업체의 환 헤지 물량과 해외펀드 투자 성향도 시장이 큰 폭으로 하락하며 냉각된 것도 수급 균형이 깨진 결과로 작용하고 있다.
 
달러 약세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현상도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FT)는 지난 11일 ‘한국이 소속된 이머징 마켓의 채권도 위험 회피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나선 것도 외국인 투자가의 투자자금 회수 움직임을 자극하고 있다.
 
원화가 투매로 얼룩지면서 채권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모기지업체인 칼라일 캐피탈의 사실상의 부도 선언 소식으로 안전자산 선호도가 더욱 커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신용경색도 더욱 심화되고 있다. 외국인도 국내 채권시장에서 국채선물 매도에 나서며 채권 금리도 속등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른바 채권, 주식, 금리 등 트리플 악재로 인한 국내 금융시장이 혼란의 소용돌이로 빠져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당국은 아직 이렇다 할 대책마련을 내놓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14일 국내 외환시장이 급격한 상승이 계속되자 ‘지나친 쏠림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원론적 수준의 답변에 그쳤다.
 
한국은행은 외환시장의 급격한 혼란이 있을 경우 이른바 미세조정(Fine Tuning)으로서의 스무딩 오퍼레이션(Smoothing Operation)에 나설 수 있다는 원칙만을 세워놓았을 뿐 최근 급격한 환율 변동 양상에 속수무책인 상황인데다 최근에는 시장개입만으로는 환율의 속등을 저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한은의 시장 개입으로 환율 폭등의 완화를 기대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폭등하는 원화 환율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에도 부정적인 효과가 연쇄적으로 파급되어 자칫 국내 금융시장의 안정성에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이다. 주식, 채권, 외환시장은 금융시장을 구성하는 하나의 카테고리로서 서로 불가분의 결합 관계로 맺어서 있어 한쪽의 뒤틀림은 곧 바로 다른 시장의 불안과 동요로 전이되어 자칫 국내 금융시장의 위기로 발전할 개연성이 있다. 
 
3월 14일 주식시장은 외환시장의 불안이 전염되며 오후 장 들어 1600포인트를 하회하는 등 부정적 여파가 지속되다 장 마감 무렵 간신히 1600p를 회복하며 장을 마감하였다. KOSPI 마감 지수는 전일보다 0.95%가 하락한 1600.26p를 기록했다.
 
유가와 원자재 값 속등으로 인해 최근 원화 폭등세는 수입원자재와 자본재 도입 기업들에게는 기업들의 크나큰 타격이 되고 있다. 수입물가 속등에 원화 가치 폭락까지 겹쳐 석유화학업계를 비롯해, 철광석, 옥수수 등 원자재를 도입하거나 원료로 쓰는 기업들은 경영상 위기의 상황까지 내몰리고 있다.
 
환율의 결정은 시장의 흐름에 따르는 것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논리이지만 현 환율시장의 움직임은 자율적 시장 기능에 맡겨 둘 상황의 정상적인 흐름이라 판단하기 어렵다.
 
IMF외환위기를 겪은 한국으로서는 현재의 폭등하는 외환시장을 방관할 경우 국제적 투기자본의 공격에 가장 취약한(Vulnerable) 외환시장으로 낙인이 찍히는 것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만큼 현재 국내 외환시장은 총제적 난국이며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한 시기이다.
 
뉴스토마토 이현민 기자(roylee@etomato.com)
이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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