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해곤기자]한국인의 여가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여가시간이 결핍된 '시간 빈곤(time poor)'라는 개념이 생길만큼 한국인들은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1999년 성인의 주중 5일 평균 여가 시간은 314분이었다. 여기서 여가 시간은 하루 24시간 가운데 일과 공부, 가정관리, 가족돌봄과 이동 시간 등 필수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이다.
통계청의 '생활시간조사'에 따르면 15년이 지난 2014년에는 한국 성인의 주중 5일 평균 여가 시간은 292분으로 줄었다. 15년 사이 18분이 줄어든 것이다. 여가 시간이 줄었지만 노동시간과 가사 및 돌봄 시간도 함께 줄었다. 노동시간은 350분에서 340분, 가사 및 돌봄 시간은 160분에서 141분으로 줄었다. 반면 수면과 식사, 이동 시간 등 필수시간은 615분에서 667분으로 늘었다.
주 5일제가 자리를 잡으면서 주말의 노동 시간은 줄어들고 여가 시간은 증가했다. 토요일과 일요일 주말 이틀의 평균 노동 시간은 1999년 246분에서 2014년에는 151분으로 크게 감소했다. 여가시간은 390분에서 403분으로, 필수시간은 639분에서 723분으로 늘었다.
주중은 '일하는 날' 주말은 '쉬는 날'의 구분이 점점 뚜렷해진 것이다. 하지만 평일 여가시간 감소에 비해 주말 여가시간 증가가 크지 않아 전체를 따지면 직장인들의 여가시간은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차승은 수원대 교수는 "주 5일 근무제 실시에도 불구하고 주말 여가 시간이 늘어나지 않은 것은 판매·서비스업 등 주말에도 일하는 업종 노동자가 많기 때문"이라며 "뿐만아니라 줄어든 노동 시간을 여가시간이 아닌 필수시간으로 채웠다"고 설명했다.
여가시간이 줄어들면서 새롭게 등장한 개념이 바로 '시간빈곤(time poor)'다. 삶에 필요한 적절한 여가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소득빈곤과 함께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평균보다 짧은 여가 시간을 갖는 시간빈곤 인구는 주중의 경우 1999년 전체 인구의 32.4%였지만 2014년에는 3.7%포인트 늘어난 36.1%였다. 주5일의 영향으로 주말의 경우에는 1999년 22.1%가 시간빈곤 상태에 있었던 반면 2014년에는 16.4%만 시간빈곤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빈곤은 취업자 남녀에게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2014년 기준 남성 취업자의 경우 주중에 45.2%가 시간빈곤을 경험한 반면 여성은 53.3%가 이에 해당했다.
소득수준에 따라서는 월평균 가구소득 300~400만원 소득집단 절반 이상이 시간 빈곤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가구소득 300~400만원 수준을 넘어서면 시간빈곤 인구의 비율이 크게 늘어나지 않았고, 월평균 가구소득 500만원 이상인 경우에는 오히려 시간빈곤 비율이 줄어들기도 했다.
지난 15년 사이 한국인의 여가 시간은 감소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