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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혐오감 들지만…그래도 핍니다"
흡연 경고 그림 담배 본격 유통 한달 풍경
입력 : 2017-01-24 오후 4:19:47
[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경고그림 때문에 담배를 끊을 사람이 있겠어요? 표정은 유쾌하지 않지만 살 사람은 다 사던데요."
 
24일 서울 양평동. 점심시간을 맞아 손님들로 북쩍이던 한 편의점 점주의 설명이다.  
 
과도한 흡연이 초래할 수 있는 끔찍한 결과를 경고하는 그림을 담뱃갑에 넣는 제도가 시행 한 달여를 맞았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23일부터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에 따라 흡연 경고그림을 담뱃갑 앞·뒷면에 30% 이상 크기로 넣도록 했다. 
 
정부 입장에선 담뱃세 인상에도 줄지 않는 흡연율을 낮추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고 최근 기존 재고 담배가 소진되며 경고그림이 삽입된 담배가 시중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새해를 맞아 금연을 결심하는 애연가들이 많은데다 섬뜩한 그림까지 넣었으니 담배 판매량이 확 줄었을 법도 하지난 예상은 처음부터 보기좋게 빗나갔다. 
 
한 편의점에서 만난 손님은 "담배에 부착된 경고 그림이 혐오스럽긴 해도 이것때문에 바로 금연할 거였으면 벌써부터 금연 하지 않았겠어요"라며 망설임 없이 담배를 사갔다. 
 
이 편의점 점주는 "진열대에 경고그림이 들어간 담배들이 많이 늘어났죠"라며 "남은 재고도 팔리면 진열대에 있는 담배 모두 경고그림으로 가득찰 거에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금연 효과에 대해선 의문을 던졌다. 점주는 "나도 경고그림 때문인지 담배를 팔면서 손님들 표정을 유심히 봤는데 익숙치 않은 경고그림에 표정이 좋진 않아 보여도 판매량 변화는 사실 거의 없는 것 같아요"라는 답변을 내놨다.
 
이날 편의점 계산대 바로 뒤 담배 진열대에는 수 많은 담배 브랜드 중 3분의 1 가량이 경고그림 담배로 진열돼 있었다. 
 
편의점을 찾은 한 직장인은 "기존에도 담배가 폐암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라며 "사진이 좀 혐오스럽긴 하지만 크게 신경 쓰이거나 끊어야겠다 생각이 드는 건 아니에요."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인근의 또 다른 편의점도 분위기는 마찬가지였다. 이곳 아르바이트 직원은 경고그림이 들어간 담배를 가리키며 "이 담배가 하루에 15갑~20갑 정도 팔리는데 경고그림이 들어간 이후에도 그 정도는 팔리고 있어요"라며 "흡연하는 손님들도 딱히 신경쓰진 않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매일 한 갑 이상의 담배를 피우는 소위 '골초'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직장인은 경고그림이 들어간 담배 구입과 함께 소지하고 있던 담배케이스를 꺼내 보였다. 
 
그는 "징그러운 그림이 들어간 담배를 비위가 약한 다른 사람들 앞에서 꺼내놓기가 꺼려지더라구요"라며 "담배케이스를 따로 구입하고 나니 이젠 별로 신경쓰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에서 본 담배가 훨씬 더 혐오스러워서인지 이 정도 경고 그림은 개인적으로 그다지 혐오스럽지도 않고 흡연에도 큰 자극은 안돼요"라며 "그마저도 보기 싫으면 이렇게 담배케이스로 가리면 되죠"라고 말했다.
 
실제 경고그림을 보지 않으려는 애연가들의 심리에 편승해 담배케이스는 매출 대박으로 이어졌다.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기준 담배케이스 판매율은 전년 동기대비 452% 증가했다. 전월 대비로도 168% 늘었다. 
 
일각에서 정부가 실패한 담뱃세 인상 정책을 만회하고자 야심차게 도입한 경고 그림 삽입 정책이 벌써 실패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 회장은 "경고그림이 들어간 담배가 이제야 본격 유통되기 시작했고 단기간에 큰 성과는 힘들수도 있다"면서도 "청소년과 여성 등이 폐암과 후두암 등이 그려진 담뱃갑을 보면 흡연 예방효과는 확실히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한 편의점에 경고그림이 들어간 담배들이 진열된 모습. (사진/이광표 기자)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이광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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