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싸고 여야는 13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격돌했다.
야당 의원들은 각자 자리에 ‘박근혜 교과서 폐기’라는 손팻말을 세우고 “대통령이 탄핵됐다. 교과서도 폐기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탄핵과 정책은 별개다. 내용에 큰 문제가 없다”며 국정화 강행을 주장했다. 교육부 측은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며 유보적인 자세를 보였다.
이날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문위 전체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은 국정교과서의 친일·독재 미화 내용도 문제지만, 절차를 무시하고 졸속으로 만들어진 것은 더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현장검토본은 학교 현장에서 1년 동안 검토가 순리인데 그걸 안 했다. 졸속이고 비정상”이라며 “또 고등학교 원고본에는 세월호 참사 원인을 ‘사회의 신속성 우선 풍조’로 돼 있었다. 대통령과 정부의 무능 때문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유은혜 의원은 “중학교 역사1(204쪽), 역사2(182쪽), 고등학교 한국사(315쪽)의 국립국어원 어문규정 감수가 불과 일주일 만에 끝났다”며 “그 짧은 기간에도 1436건이 지적됐는데, 이마저도 제대로 수정반영이 안됐다”고 꼬집었다.
또 “국사편찬위가 초고본, 개고본을 다 보관하게 돼있는데 자료관리를 제대로 안 했다”며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문제도 제기했다.
국민의당 소속 유성엽 교문위원장 역시 “교과서 내용과 국정화에 대해 전국 시·도 교육청을 상대로 의견을 수렴한 결과 경북교육청 한 곳만 유일하게 찬성했다”며 “대구, 대전, 울산 교육청은 판단을 유보했고, 나머지 76%인 13개 교육청은 반대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교육부가 현장 목소리를 묵살한 채 의견수렴도 미적거리면서 그 정책이 일선 현장에서 살아날 수 있겠나”며 “정부가 약속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야당에서 내년 2월23일 (국정교과서 금지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경고했다.
반면 새누리당 의원들은 교과서 내용에 전반적으로 만족한다면서 국정화 강행을 주문했다. 분당위기에 서로 날을 세웠던 친박과 비박이 교과서 앞에서 모처럼 한 목소리를 냈다.
전희경 의원은 “현장검토본을 봤는데 미흡한 점은 있지만 집필진의 노력을 토대로 잘 만들어졌다”며 “대통령 탄핵과 지금 추진되는 정책은 분리해 사고해야 한다. 일선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볼모가 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은재 의원도 “그동안 여러 교육감이 (교과서를) 보지도 않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해왔다”며 “상임위에선 어려운 고민 끝에 나온 국정교과서에 대해 여러 의견을 듣고 교과서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조훈현 의원은 “대한민국에 박근혜 교과서라는 게 있나. 여태까지 개인 이름이 들어간 교과서는 없다”며 “국·검정 혼용이 어렵다면 국정교과서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여야 격돌에 이준식 교육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역사교과서는 올바른 역사교육이 목적이므로 정치 상황과 전혀 무관하게 추진돼야 한다”며 “이념과 상관없는 교과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국정이냐 검정이냐 체제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만큼 잘 정제된 역사교육을 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이달 말까지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국정교과서의 강행·폐기 말고) 다른 방안도 있다. 다만 정해진 것이 아니라 지금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28일 역사 교과서 현장검토본을 공개했다. 이달 23일까지 의견을 수렴하고 내년 1월경 편찬심의회의 심의 과정을 거쳐 최종 완성본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야당 의원 자리에 '박근혜 교과서 폐기' 피켓이 붙어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