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청약 1순위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집 주소를 옮기는 2030세대가 늘고 있다. 11.3 부동산 대책 발표로 서울 등 조정 대상지역에서 청약할 경우 세대주가 아닌 세대원들은 1순위 청약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청약 1순위 자격을 지키기 위해 집 주소만 옮기는 위장전입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6년차 직장인 강모(34·남)씨는 최근 같은 지역에 사는 친척집으로 집 주소를 이전했다. 실제 거주는 여전히 부모님의 집에서 하고 있지만 청약 1순위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집 주소만 옮겼다. 현재 집에서는 세대원으로 분류돼 있어 세대분리를 통해 세대주 자격을 얻기 위한 것이다.
강 씨는 "결혼시기에 맞춰 신규 아파트 청약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고양시도 조정 지역에 포함되면서 1순위 청약이 어려울 것 같아 주소를 이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시점에서 부동산 규제도 필요하지만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 같은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도 필요하다. 10년 넘게 청약통장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정작 통장을 사용할 때 쓸 수 없다고 하니 분통이 터진다. 정부가 불법을 조장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11.3 대책으로 인해 서울 전 지역과 경기 과천·성남시의 민간·공공택지, 하남·고양·남양주·동탄2신도시의 공공택지, 부산 해운대·연제·동래·수영·남구의 민간택지, 세종시 공공택지 등 37곳이 조정 대상지역으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조정지역 내에 공급되는 주택을 청약할 때 '세대주가 아닌 자'와 '5년 이내 다른 주택에 당첨된 세대에 속한 자', '2주택 이상 소유한 세대에 속한 자' 등은 1순위 청약 자격이 제한된다.
실제 거주하지 않으면서 주민등록상 주소만 옮기는 위장전입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 불법행위이다. 위장전입을 통해 신규 아파트를 분양받았다가 사실이 밝혀질 경우 이미 체결된 공급계약 취소 및 10년 이내의 범위에서 주택입주자 자격이 제한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를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 또는 부동산 취득을 목적으로 위장전입을 하는 사례가 많다보니 사회적인 경각심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부동산 거래를 유도하기 위해 공인중개업소에서 위장전입을 추천하는 경우도 있다.
강 씨는 "11.3 부동산 대책에 대해 들어 보긴 했지만 세부적인 내용은 인근 공인중개업소에서 알게 됐다"며 "불법이라 불안한 마음은 있지만 중개업소에서는 워낙 많다보니 걸릴 일이 없다며 적극적으로 위장전입을 추천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에 정부가 지정한 조정 대상지역 대부분이 서울이나 수도권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주거지역이다 보니 주택 구입 실수요자인 2030세대의 관심이 높을 수 밖에 없다는 점도 위장전입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과열된 부동산 시장에 대한 규제책과 더불어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 주거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책도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정부가 이같은 불법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 정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시스템적인 점검 및 모니터링을 상시적으로 실시하고, 필요시에는 집중점검 및 단속을 실시할 것"이라며 "위장 전입 등 불법행위가 의심되는 경우 경찰청에 수사의뢰 하는 등 불법 행위에 엄정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1.3 부동산 대책 이후 조정 지역 내 청약 1순위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위장전입을 시도하는 2030세대가 늘고 있다. 서울의 한 견본주택 내 관람객들의 모습. 사진/롯데건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