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서 만난 윤광선(57)씨는 '쪽방촌'이 곧 '고향'이라고 말한다. 30년 전 이곳에 처음 왔다는 윤 씨는 돈의동 쪽방촌에서 인생의 절반을 보냈다.
지난 7일 오전 11시쯤 자신의 집 앞에 쭈그리고 앉아있던 윤씨에게 추석에 갈 곳이 있느냐고 묻자 "없어, 고아야"라며 아무렇지 않은 듯 답했다. 그러면서 윤씨는 "복지관에서 송편이나 주면 그거나 먹어야지"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서울시가 실시한 쪽방촌 주민 전수조사에 따르면 ‘연락할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71.4%가 ‘없다’고 답했다. 이밖에 ‘형제와 연락한다(11.5%)’, ‘자녀와 연락한다(9.6%)’, ‘부모와 연락한다(5.6%)’ 순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연락을 할뿐이지 실제 교류가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아들이 요리사라고 설명한 최모(88·여)씨 역시 “(아들이) 횟집에서 일하는데 가게가 바빠서 자주 못 본다”고 말했다. 최씨의 아들은 이번 추석에도 바쁘다는 이유로 최씨를 찾지 못한다.
지난 7일 오후 4시 돈의동 쪽방촌 주민이 이른 저녁을 먹고 있다. 사진/조용훈 기자
타워팰리스보다 임대료 높지만 생활환경은 ‘최악’
서울의 대표 쪽방촌은 남대문, 동대문, 돈의동, 창신동, 영등포 등 5곳으로 지난달 기준 쪽방 개수는 4001개, 주민 3466명이 생활하고 있다. 돈의동의 경우 쪽방 개수는 총 703개로 주민 603명이 살고 있다. 돈의동 쪽방촌의 정확한 형성 시점은 알 수 없지만 6·25 전쟁 직후 지금 위치에 사창가가 형성됐고, 사창가 규모가 차츰 줄어들면서 집주인들이 빈 방을 임대하기 시작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돈의동 쪽방촌은 폭 1m 정도의 미로 같은 길을 따라 양 옆으로 수십 개의 방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막바지 무더위에 1층 방문과 창문은 대부분 활짝 열려 있었다.
쪽방촌의 거주 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지만 평당 임대료는 타워팰리스보다 높다. 지난달 기준 도곡동 타워팰리스 평당 임대료는 약 15만원. 돈의동 쪽방촌의 경우 현재 평균 월세는 23~25만원선으로 형성돼 있다. 단, 별도 보증금이나 수도세, 전기세는 없다.
돈의동 쪽방촌에서 40년 동안 임대업을 했다는 김모(71·여)씨는 “가격만 보면 비싸 보일 수 있는데, 몸만 들어와서 살 수 있게 밥솥, 텔레비전 등 다 갖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옛날 하코방(판자집)에서 지금 얼마나 좋아졌냐”며 “요즘 쪽방촌에 사는 사람들도 까탈스러워서 우리도 엄청 신경 쓴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방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돈의동 쪽방촌 각 건물에는 적게는 5명에서 많게는 10여 명이 넘게 산다. 전용면적 13.22㎡(4평) 규모의 3층 건물의 경우 위로 올라가는 계단(1평)을 빼고 각 층에 평균 3개의 방이 있다. ‘쪼개 쓰는 방’이란 말처럼 여러 개의 방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화장실겸 세면실은 공용으로 사용한다. 주방이라고 해봐야 가로·세로 30cm 정도의 공용 싱크대가 전부다. 가스레인지도 없어 대부분이 휴대용 버너를 이용해 라면 정도나 끓여먹는다.
소형냉장고와 밥솥, 식기도구 등이 놓여있는 1평 남짓한 방에 쪽방촌 주민이 낮잠을 자고 있다. 사진/조용훈 기자
기초생활수급비 의존도 높아…자립하기 힘들어
8일 서울시에 따르면 쪽방촌 주민의 절반 이상인 1829명은 정부에서 나오는 기초생활수급비로 생활한다. 일부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 기초연금과 장애수당 대상자에도 포함돼 많게는 매달 60여만원을 받는다.
다리가 불편해 일을 하지 못하는 김삼차(58)씨는 “한 달에 53만원 받아야 방값 내고 담배 사피면 남는 게 없어”라며 “우리같이 몸이 불편한 사람은 일하러 나가도 일을 안 주는데 어떻게 돈을 벌어”라며 불만을 쏟아냈다.
김씨와 달리 일을 하더라도 건설일용직 같은 단순 계약직 근로자가 대부분이어서 생활이 쉽지 않다. 일을 하는 비율 또한 전체 쪽방촌 주민 중 13~21%에 불과하다.
돈의동 사랑의 쉼터 정민수 사무국장은 “쪽방촌 주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주거환경 개선과 일자리인데, 대부분 기초생활비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다”며 “상담을 통해 일을 하도록 유도해도 쉽지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복지관에서 나눠주는 무료 물품을 언제 주는지에 관심이 더 많지 본인의 일자리를 알아봐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는 한 달에 한두 건에 머문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오후 한 남성이 서울시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을 걸어가고 있다. 사진/조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