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호기자] 카드업계가 한국만 비자카드(VISA)의 해외 이용 수수료 인상방침에 제대로 대응을 못하면서 소비자에게까지 카드 이용 수수료 인상 부담 전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카드업계의 대응은 본사 항의 방문이나 현실성이 떨어지는 법적 대응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회원사를 대변해야 할 여신금융협회는 다른 국가에 적용하고 있는 비자카드의 수수료율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3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비자카드 수수료 인상과 관련해 각 카드사는 개별적으로 법무법인 '율촌'을 통해 공정거래위원회 제소 등 법적 절차에 들어갔다. 그동안은 회원사들을 대신해 여신금융협회가 나섰지만 공정거래법 위반에 걸릴 수 있어 몸을 사리고 있다.
비자카드는 지난 5월 국내 카드사에 내국인의 해외 이용 수수료를 0.1%포인트 올린 1.1%로 정하겠다고 통보했다. 예정대로 수수료가 인상되면 해외에서 비자카드로 100만원을 결제했다면 소비자가 내야 하는 해외 결제 수수료가 기존 1만원에서 1만1000원으로 1000원 오르게 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카드사들은 해결을 위해 비자카드 본사 방문을 계획하고 법적 절차에 들어갔다. 소비자단체도 불매 운동을 준비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비자, 마스터카드 등 글로벌 브랜드 없이도 해외 사용이 가능한 카드 결제 시스템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대안들은 모두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비자카드 본사를 방문하는 것은 비자카드 본사와 협의가 된 사안도 아니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적 절차 또한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
특히, 여신협회 측은 비자카드와 수수료협상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다른 국가의 수수료율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만약 다른 국가의 수수료와 비교해 우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이라면 비자카드에 항의할 수 있는 좋은 근거가 되지만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비자카드를 직접 찾아가서 항의한다고 해서 뾰족한 수가 나올 리 만무하다"며 "그저 손 놓고 있을 수 없으니 하는 요식행위에 불과할 뿐"이라고 말했다.
결국, 국내 카드사들은 비자카드, 마스터 카드 등 글로벌 카드사 없이 해외 사용이 가능한 카드 결제 시스템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신한 삼성 KB 비씨 등 8개 전업 카드사들은 지난해 말부터 구글플레이스토어 원화결제를 순차적으로 하고 있으며 비씨카드가 지난 2011년 출시한 ‘비씨글로벌카드’는 디스커버리의 결제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이 카드는 5년 만에 900만장 가량이 발급됐다. 이카드는 해외 직구 등 온라인 쇼핑에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 2014년 일본 NTT 그룹 자회사이자 결제대행사인 NTT 데이터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 MOU로 지난해 3월부터 일본 내에서는 비자나 마스터 브랜드가 붙지 않은 신한 국내전용 카드로 결제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이 또한 온라인에 제한적이거나 모든 국가에 적용되기는 시간이 걸려 당장 해결책이 되진 못하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전 세계 시장점유율 50%가 넘는 비자카드를 지금 당장 버릴 수는 없다. 수수료 협상이 잘 되면 좋겠지만, 비자카드도 기존 태도를 계속 고수하는 상황"이라며 "해외 결제 시스템 구축은 중장기 과제"라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