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형석기자] 금융당국이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3사'의 회생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 조선사 여신을 축소하려는 은행권이 당국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건전성 제고 차원에서 추가 여신지원에 대해 불가 입장을 표명했지만 당국의 조선 빅3의 회생 방침을 밝히면서 입장 변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이날 현대중공업의 신규 수주한 선박의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을 불허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국 결정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KEB하나은행 등 채권단은 지난 7일 현대중공업이 수주한 선박 5척에 대한 RG 발급을 논의한 결과, 1순위 발급 순번으로 농협은행이 지목됐다.
최근 취약 업종 여신을 줄이고 있는 농협은행은 RG발급을 감당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어서 이번 RG발급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실제로 농협은행은 조선·해운사 여신 충당금으로 올 상반기 3290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낸 데다, 이번 RG 발급을 승인할 경우 기존 대기업 여신 감축 계획을 수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조선·해운사 여신 규모가 8조9000억원에 달하던 농협은행은 올해 말까지 4조9000억원 수준으로 감축할 계획이었다. 이 기간 RG 발급 규모도 5조7000억원에서 올해 말 2조9000억원으로 감축키로 했다.
이를 위해 오는 10월에 만기되는 삼성중공업의 2000억원 규모의 여신도 추가연장을 불허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여신등급을 정상에서 요주의로 하향조치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지난주 회의에서 채권단이 구두로 현대중공업의 추가 RG발급 의사를 타진해왔다"면서 "상반기에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상황에서 만기가 5~10년이 되는 RG를 추가 발급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농협은행이 RG 발급을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것은 당국의 압박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은행장 간담회에서 "경기민감 업종에 대한 무분별한 여신회수가 우려된다"며 조선사들에 대한 여신을 조이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7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도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는 제외됐다.
이어 지난 10일 금융개혁 정례 기자간담회에서도 임 위원장은 "대우조선해양은 정상기업이 아닌 구조조정 대상기업임은 틀림없다"면서도 "대우조선해양을 신용위험평가 C등급이나 D등급으로 분류하면 현재 채권단이 추진하고 있는 경영정상화 추진 방향과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른 은행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우리·신한·국민은행 등 대부분 은행들도 조선 빅3가 신규 수주한 선박에 대해 RG발급 등에 대한 지원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임종룡 위원장의 최근 발언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 대한 대출만기 연장과 선수금 환급보증(RG) 처리를 부탁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대우조선해양에 이어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도 여신등급 강등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추가 여신 확대는 불가능한 상황이라 은행들이 눈치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3사 살리기에 이들 기업의 여신을 줄이고 있는 은행권이 눈치를 보고있다. (위부터 시계방향)임종룡 금융위원장과 농협·KEB하나·국민·신한은행 본사. 사진/뉴시스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