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심수진기자] 소위 억만장자로 불리는 부호들의 현금 보유량이 6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에 퍼져있는 경제적 불확실성이 현금 선호도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10일(현지시간) CNBC는 자산정보업체 웰스엑스의 조사결과를 인용해 지난해 전 세계 부호들이 보유 중인 현금 규모는 1조7000억달러(약 1100조원)로 집계됐다. 이는 이 조사가 시작된 2010년 이후 6년래 최대 규모로 전 세계 부호 2473명이 보유한 7조7000억달러의 자산 중 22.2%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들이 보유한 현금 비축액은 브라질의 국내총생산(GDP)과 비슷한 규모이며 전체 자산의 경우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어느 국가의 GDP보다도 큰 수준이다.
부호들의 현금보유액이 이처럼 늘어난 것은 전 세계 경제에 위험 요인이 많아지고 있다는 인식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UBS증권의 분석에서도 이미 확인됐던 내용이다. 앞서 UBS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부호들이 미국 대선으로 인한 불확실성 때문에 시장에 노출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주식보다는 현금 보유를 선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부자들이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설정한 현금 비중은 20%로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와 비슷한 수준이다.
또한 최근 기업들의 활발한 인수·합병(M&A)으로 인해 시장에 유동성이 커진 것도 현금 보유량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웰스엑스는 "현재 부호들은 주식과 자산가치가 떨어질 때를 기다리고 있다"며 "증시가 다시 매력적인 수준으로 돌아간다면 그때 주식시장에 현금이 풀리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즉, 저가 매수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전 세계 부호들의 수는 재작년에 비해 5.4%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유럽 지역에서 806명으로 가장 많이 늘었고 아시아지역에서도 전년 대비 15.2% 증가해 645명이 됐다. 북아메리카 지역의 부호는 3% 늘어난 628명이다.
이들 중 15%는 헤지펀드와 예금, 투자산업 등의 금융과 관련된 방법을 통해 자산을 불렸고 12.8%는 산업기업집단을 통해서 부를 축적했다.
또한 전체 부호의 57%인 1377명이 '자수성가형' 억만장자로 이들은 재작년의 1273명보다 훨씬 늘었다. 특히 상속형 억만장자가 재작년의 453명에서 지난해 323명으로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다만 상속 후 자산을 더 크게 불린 '부분 자수성가형' 부호는 778명으로 재작년의 599명에서 크게 늘었다.
웰스엑스는 트래비스 칼라닉 우버 공동창업자와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엔비 공동창업자를 예로 들며 "젊고 기술에 능숙한 기업가 혹은 혁신가들이 자신이 친숙하다고 느끼는 디지털 수단을 통해서 짧은 기간 내에 상당한 부를 축적했다"고 분석했다.
포브스 선정 전세계 부자 1위를 차지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 사진/뉴시스·AP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