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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어주는기자)'폭력적 무슬림' 비판…"교리, 현대적으로 재해석 필요"
'나는 왜 이슬람 개혁을 말하는가' 아얀 히르시 알리 지음|책담 펴냄
입력 : 2016-07-22 오전 10:04:10
중동은 우리에게 흔히 알라딘, 알리바바, 신바드의 모험이 떠오르고 낙타와 석유, 실크로드 등 수없이 많은 것들을 연상케 한다. 친근하면서도 먼 곳. 중동은 25여개 국으로 구성된 곳으로 수천년간 종교, 국가, 인종, 사회 등 복잡한 문제로 얽혀 있다. 

우리가 중동 이슬람 사회를 이해하기에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지난 몇 년간 이슬람 극단주의 IS의 등장과 함께 잔혹한 테러는 전세계를 경악케 했다. 그렇다면 ‘이들이 왜 이 같은 극단적 행동을 하고, 원하는 게 무엇인가’라는 자문과 함께 이슬람 종교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 

아얀 히르시 알리의 <나는 왜 이슬람 개혁을 말하는가>라는 책은 이 같은 질문에 대해 단순하면서도 명쾌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이 책의 페이지를 넘기는 동안 나도 모르게 집중하며 읽게 됐다. 저자는 소말리아 출신의 무슬림으로 이슬람을 떠난 자칭 ‘이단자(Heretic)’이다. 지난해 3월 출간된 원서의 제목 역시 <HERETIC>이다. 

죽음을 각오하고 이슬람에 대해 비판하며, 개혁을 주장하는 저자의 용기는 이슬람 종교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우고,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이슬람 종교가 가야 할 길을 제시해준다. 이 책에서 저자의 주장은 명확하다. 저자는 이슬람은 평화의 종교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며 다소 애매하게 정의하고 있지만, 분명한 건 이슬람이 시대 상황에 맞게 재해석돼야 한다는 것이다.  

21세기에 7세기 아라비아 반도에서 만들어진 꾸란을 문자 그대로 해석해 폭력을 자행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얘기다. 또 ‘신의 유일성’을 주장하며 고대 문화유산을 파괴하는 행위는 극단주의자들에 의해 정치적으로 해석돼 저질러지는 만행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성전주의자들의 폭력을 강력히 비판하는 가운데, 소수에 불과한 반체제 무슬림들이 적극적으로 이슬람을 비판하는 데 동참할 것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이슬람은 교리상 민주주의를 부정하지만, 이슬람이 반드시 민주주의에 부정적인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지난 2011년 이후 들불처럼 번진 ‘아랍의 봄’은 아마도 민주주의에 대한 대중의 열망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슬람 사회의 폭력성을 이처럼 적나라하게 폭로하고 이슬람 근본 교리를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비판한 책은 별로 없었다. 저자가 경험하거나, 보고 들은 내용을 중심으로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성전주의자들의 폭력적 만행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이슬람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어도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전문성 : 이슬람 교리를 논리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그러면서 현대적으로 이슬람을 재해석하고 있다. 저자의 생생하면서도 깊은 통찰력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내용들을 벗어나 놀라울 정도로 설득력이 느껴진다. 
 
▶대중성 :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종교, 사회, 정치 문제와 이슬람 성전주의자들의 폭력적 행위까지 글로벌 이슈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 읽어볼 만하다.  
 
▶참신성 : 이 책은 낙관적인 견해를 간결하게 보여주며, 평화적인 이슬람이 어떻게 현대 사회에 해석되는지, 또 이슬람 신앙의 요구를 조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제시하고 있다. 
 
 
■요약
1. 어느 이단자 이야기
 
저자는 이슬람을 떠나온 여정에 대한 얘기들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소말리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로 다시 케냐, 독일을 거쳐 네덜란드에 정착하기 까지 온갖 고난과 역경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슬람 종교에 대한 회의와 이로 인한 가족과의 갈등, 자신이 신봉한 이슬람을 등지고 신앙 생활을 저버리기 까지 여정을 소개하고 있다. 
 
무엇보다 수없이 많은 젊고 어린 무슬림들이 과격한 급진주의적 메디나 무슬림에 현혹돼 ‘알라후 아크바르’라고 외치며 잔혹 행위를 저지를 때, 메카 무슬림들은 잔혹 행위는 이슬람의 뜻이 아니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라며 수동적인 무슬림 성직자들을 비판하고 있다. 
 
또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 사건의 용의자인 타메를란과 조하르 차르나예프 형제를 예로 들어 여자들과 데이트하고, 담배를 피우는 등 사교 생활을 하느라 바빴다고 소개한 저자는 그들은 독실하고 진정한 신자가 아닌, 폭력적인 방법에 의존해 삐뚤어진 신앙심을 표출한 젊은이들이라고 표현했다. 
 
2. 이슬람 세계에 그동안 개혁이 없었던 이유
 
이슬람 개혁은 기독교 개혁과 비슷한 경로를 따르게 될까? 물론 그렇지 않다. 교회가 구원을 위해 면죄부를 파는 관행을 비판하는 95개조 반박문이 수도사 마틴 루터를 통해 내걸어졌다. 그가 내건 논제는 큰 파문을 일으키며 종교와 정치 혁명의 불씨가 됐다. 과연 이슬람 역시 종교개혁이 일어날 수 있을까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이슬람에서도 신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치며 종교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수없이 나왔지만, 결과론적으로 보면 모두 실패했다. 침묵을 유도하거나 처형을 피해 국외로 달아났다. 
 
이슬람 사회는 결국 꾸란을 처형의 도구로 삼았다. 꾸란은 침범할 수 없고, 영원하며, 완전해, 그 안에 쓰인 내용을 비판해서도 하물며 바꿔서도 안된다는 확고한 원칙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이슬람 세계에서 개혁은 결코 긍정적인 의미가 될 수 없었다는 근본적인 원인을 주장한다. 
 
저자는 이슬람교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첫번째로 예언자 무함마드와 꾸란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비판을 허용한다. 둘째 내세의 삶보다 현세의 삶을 중시한다. 셋째 샤리아가 세속적인 법보다 우월하다는 사고를 지양한다. 넷째 옮은 일을 강요하고 그른 일을 금지하는 관습을 종식시킨다. 다섯째 지하드를 호소하지 않는다라고 제시하고 있다. 
 
3. 무함마드와 꾸란, 죽음을 사랑하는 사람들
 
무함마드는 어떤 인물이고, 꾸란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또 내세와 현세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있다. 
 
미국 등 서양인들은 현세의 삶과 자유를 믿고 행복을 추구하도록 교육받지만, 무슬림들은 삶보다 죽음을 숭배하고, 지금 이곳에서 살아가는 현실의 삶보다 영원한 삶을 중시하도록 교육받으며 자란다. IS와 유사한 조직의 지도자들은 죽음에 대한 무슬림들의 예찬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정확히 알고 있다. 
 
지난 1980년 11월 이란과 이라크 전쟁 초기에 열세 살 밖에 안된 소년이 몸에 폭발물을 감고 이라크 군의 탱크아래로 잠입해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했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호메이니는 소년을 즉각 국가 영웅으로 선언한 다음 다른 자원자들이 자신을 희생할 중요한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살폭탄 테러는 여전히 수니파와 시아파가 서로를 죽이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으로 사용되며, 무엇보다 순교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데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4. 샤리아의 족쇄, 그리고 지하드
 
수단에서 임신8주차에 접어든 스물일곱 살 여성 메리엄 이브라힘이 간음죄와 배교죄로 각각 100대의 태형과 교수형을 선고 받는 사건이 있었다. 에티오피아인 기독교인과 결혼했고, 이슬람을 배교했다는 죄목이었다. 우리 시각으로 본다면 말도 안 되는 불합리한 형벌이지만, 이는 이슬람 율법 샤리아에 의거하면 당연한 것처럼 받아 들여진다. 
 
샤리아는 이슬람의 수많은 규칙을 공식적으로 성문화한 것이다. 숭배의 방법뿐 아니라 일상생활, 개인의 행동, 경제교류와 법적 거래, 가정생활, 심지어 국가의 통치까지도 규제하고 지배한다. 그러면서 모순적 샤리아와 혐오스럽고 끔찍한 처벌제도에 대해 소개했다. 
 
■책 속 밑줄 긋기
 
메카 무슬림은 대부분 진지한 종교인으로 평화를 옹호하고 폭력을 반대한다. 우주여행이 현실화된 21세기에 7세기 아라비아 반도에서 만들어진 꾸란을 문자 그대로 해석해 폭력을 자행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별점 ★★★★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김영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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