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노사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되던 6월 하순,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 순위에 '살찐 고양이'법이 상위 순위에 올랐다. 살찐 고양이(fat cat)법은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제출한 최고임금제 법안이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분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살찐 고양이는 유럽에서 배부른 자본가, 기업인을 조롱할 때 쓰는 말이다. 경제위기 상황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뚱뚱한 몸에는 털 끝 하나 대지 않고, 노동자와 서민들에게 임금 동결과 고통분담만 강요하는 탐욕스런 가진 자들을 비판하는 표현이다.
노동자, 사용자, 공익위원 각 9명씩 27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심의위원회는 6030원인 현행 최저임금을 얼마만큼 인상할 것인지 막바지 협상 중이다. 최저임금 인상안이 법적효력을 가지려면 고용부장관 고시일(8월 5일)의 20일 전인 7월 16일까지 합의안을 도출해야 하므로 법적 시한은 닷새도 남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4월 7일 1차 회의가 열린 이후 열 차례의 회의가 있었지만 노사 간 입장은 팽팽하게 맞서 있다. 노동계는 올해 최저시급 6030원 대비 65.8% 오른 '시급 1만원·월급 209만원'을 경영계는 '동결'을 최초 요구안으로 내놓은 후 변화가 없다. 꽉 막힌 협상의 물꼬를 트기 위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을 위한 첫 걸음으로 내년도 최저임금을 13% 이상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3%는 매년 같은 비율을 인상할 경우 2020년에 최저임금 1만원 이상을 달성할 수 있는 최소 수치이다. 4.13총선에서 여야 모두 약속한 최저임금 만원 공약을 한 번에 실현할 수 없음을 고려한 단계적인 접근 방안이다.
저임금노동자들의 대다수를 점하고 있는 비정규직과 영세사업장 종사자들의 절박한 바람과는 달리 거꾸로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낮게 결정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경영계가 최저임금 동결 주장을 끝까지 유지한 채 강경하게 버티고 있는데다, 최저임금 인상의 실질 권한을 갖고 있는 정부와 집권여당은 묵묵부답으로 요지부동이다.
최저임금 협상이 갈지자걸음인 상황에서 살찐 고양이법으로 회자되는 최고임금제가 주목 받고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최고임금제가 젊은 네티즌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이유는 기업 임원 및 직원의 임금을 최저임금과 연동했기 때문이다. 법인에 근무하는 임원 및 직원의 최고임금 상한을 최저임금의 30배를 넘지 않도록 제한하는 법안이다. 도대체 기업 임원들은 얼마나 많은 보수를 받고 있기에 최저임금의 30배로 제한하자는 것인가. 이 법이 시행된다면 기업 임원들의 보수는 올해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하면 약 4억 5천만 원이 제한 상한선이다. 만약 최고임금 상한선을 넘으면 초과하는 임금을 수수한 개인과 법인에게 부담금 및 과징금을 부과해, 그 돈으로 사회연대기금을 만들어 최저임금자, 저소득층, 비정규직 노동자 지원 사업 등에 사용하는 것이다.
201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10대 그룹 상장사 78곳의 경영자의 보수는 일반직원의 35배, 최저임금의 무려 108배이다. 현대차 정몽구 회장의 보수는 216억원인데, 이 돈은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806배, 최저임금의 1650배에 달한다. 물론 보수 산정에는 배당, 스톡옵션 등을 뺀 것이다. 이에 반해 200만원도 못 받는 노동자는 1100만명에 달한다. OECD국가들에서 상위 10%와 하위 10% 사이 평균 격차는 5∼7배 정도인데 반해 우리는 11배가 넘고 있다. 임금소득의 격차가 불평등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최저임금이 만원으로 결정되면 나라 경제가 무너진다고 강변하는 재벌대기업 임원들의 보수 액수를 보면 모골이 송연해진다.
국민들의 불만 사항을 콕 짚은 사이다 법이라 불리는 최고임금법이 시행된다고 해도 최저임금이 자동적으로 인상되는 것은 아니다. 최고임금을 제한한다고 소득 재분배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법 제정의 취지는 최고임금을 제한해 소득 재분배를 제고하는 것이지만, 기업 소유주와 임원들이 이 법을 피할 갈 방법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최고임금제 법안의 효용성이 낮은 것은 아니다. 소득재분배를 위한 조세제도의 효과성이 떨어지고, 복지제도의 사각지대가 확대될수록 처음에는 생뚱맞은 것처럼 보이는 새로운 요구와 제도가 분출한다.
복지국가의 대명사인 유럽에서는 기본소득제도 도입이 사회정치적 핵심 의제로 부상되고 있다. 기본소득제도와 최고임금제는 통제력을 잃어버린 불평등사회에 맞선 저항운동의 새로운 마중물이 될 것이다. 살찐 고양이가 스스로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이번에는 두 눈 부릅뜨고 지켜 볼 때이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