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방송가에서는 언젠가부터 '응답하라의 저주'가 떠돌기 시작했는데요. tvN을 통해 전파를 탄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 '응답하라 1988' 등 '응답하라' 시리즈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이 차기작에선 두드러진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죠. '응답하라' 시리즈가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몰이를 했고, 출연진 대부분이 스타덤에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이기도 한데요. 여기엔 이유가 다 있습니다.
◇MBC 드라마 '운빨 로맨스'에 출연 중인 배우 류준열. 사진/MBC
'응답하라' 시리즈가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이유 중 하나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등장한다는 점이었죠. '응답하라'의 제작진은 배우 개개인이 가진 고유의 매력을 잘 끄집어내 드라마 속 캐릭터에 반영시켰는데요.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강렬한 캐릭터를 선보인 배우들은 차기작을 통해 연기 변신을 시도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캐릭터를 맡아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려 애썼지만, 시청자들의 머릿속엔 '응답하라' 시리즈 속 이미지가 여전히 강하게 남아있었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최근 한 배우가 '응답하라의 저주'를 깨고 맹활약을 펼치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MBC 드라마 '운빨 로맨스'에 출연 중인 배우 류준열인데요. 류준열은 지난 1월 종영한 '응답하라 1988'에서 세상만사에 불만 많고 까칠한 고등학생 정환 역을 맡아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죠.
'운빨 로맨스'는 운명을 믿는 여자 심보늬(황정음)와 수학과 과학에 빠져사는 공대 출신 게임회사 CEO 제수호(류준열)를 둘러싼 이야기를 담은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인데요.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입니다.
방송 전에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로맨틱 코미디의 주연을 한 번도 맡아본 적이 없는 류준열이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으로 불리는 황정음과 성공적으로 주연 호흡을 맞출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물음표가 따라붙었는데요. 기우였습니다. 류준열은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며 극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습니다. 황정음 못지않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류준열은 이 드라마를 이끌어가고 있는 1등 공신으로 꼽히는데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성격의 제수호 캐릭터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잘 표현해내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남녀 관계에 있어 능수능란하지는 못하지만,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이 캐릭터는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는데요.
이처럼 류준열이 '응답하라의 저주'를 깰 수 있었던 이유가 뭘까요. 류준열의 탄탄한 연기력 때문이죠. 지난해 영화 '소셜포비아'로 데뷔한 류준열은 또래의 신인급 배우들 중 단연 돋보이는 연기력을 보여줘 관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주인공인데요. '운빨 로맨스'에서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응답하라 1998'을 통해 얻었던 인기가 매력적인 캐릭터 덕분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이는데요.
지난 23일 방송된 '운빨로맨스' 10회에서는 심보늬와 제수호의 키스신이 그려져 화제를 모았습니다. 고백을 거절하고 돌아선 심보늬의 뒤를 쫓아가 박력 있게 입을 맞추는 제수호의 모습이 많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죠. 앞으로 두 사람의 로맨스가 어떻게 펼쳐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요.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방송은 8.0%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운빨 로맨스'는 SBS '원티드'(7.8%), KBS '국수의 신'(7.2%)을 제치고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습니다.
정해욱 기자 amorr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