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설기현호' 성균관대의 돌풍이 프로팀들 사이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프로와 아마추어가 모두 참가하는 FA컵에서 역대 대학팀 최고 성적인 8강행을 달성할지 주목된다.
대한축구협회가 주최하는 '2016 KEB 하나은행 FA컵' 5라운드(16강전)가 오는 22일 전국 8개 구장에서 열린다. K리그 클래식 8팀, K리그 챌린지 4팀, 대학 2팀, 내셔널리그와 K3리그 각 1팀까지 총 16팀이 8강 티켓을 두고 한판 대결을 벌인다.
이 가운데 단연 눈길을 끄는 팀은 성남FC와 맞붙는 성균관대다. 설기현 감독은 노련한 프로팀인 성남을 상대로도 물러서지 않는 공격적인 전술을 들고나올 가능성이 크다. 앞서 성균관대는 지난 4라운드(32강전)에서 서울이랜드와 만나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승리했다. 당시 성균관대는 프로인 서울이랜드를 상대로도 수비 위주의 경기를 하지 않고 공격적인 축구를 펼쳐 깊은 인상을 남겼다. 경기에 앞서 "한 수 배우러 왔다"는 말로 표현된 설기현 감독과 성균관대의 의지는 똘똘 뭉쳐 프로 선수단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겠다는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성균관대가 성남FC마저 이긴다면 동국대(1998년), 호남대(2006년), 영남대(2014년)에 이어 대학팀으로는 4번째로 FA컵 최고 성적인 8강 진출을 달성한다.
설기현 감독과 성균관대가 성적만으로 주목받는 것은 아니다. 축구계는 설기현 감독이 지난해 3월 지휘봉을 잡으면서 강조한 '자율 운동'의 효과에 눈길을 주고 있다.
설기현 감독은 지난해 부임 이후 전국체전 선발전 1위, 추계연맹전 4강, U리그 왕중왕전 준우승으로 팀을 이끌며 지도자로서의 성공 가능성도 내비쳤다. 특히 이 과정에서 선수들의 평일 운동 시간을 하루 1시간 내외로 제한하고 주말은 무조건 휴식을 취하게 하는 등 기존 한국 축구에서는 볼 수 없었던 유럽식 훈련 방식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선수 시절 벨기에와 잉글랜드를 비롯한 유럽에서 배운 것들을 곧장 지도자 변신 이후 적용한 셈이다.
FA컵 16강을 앞둔 설기현 감독은 "상대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강팀들과 경기하면서 성장하는 게 의미 있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성균관대의 실험과 그에 따른 돌풍은 축구계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는 중이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설기현 성균관대 감독.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