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매년 채용시즌이 열리면 신한·농협·우리·국민은행 등 대형은행의 평균 경쟁률은 100대1이 넘는다고 한다. 작년까지 은행권 연간 채용규모가 2000~3000여명 수준이라고 하니 20만~30만명의 구직자들이 은행 취업에 매달리는 셈이다. 보험, 카드사의 취업 경쟁률도 수십대 1을 보이고 있다. 수치만 보면 누구나 입사하고 싶어하는 '선망의 직장'이라는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호시절 다 지나갔다'는 얘기를 한다. 지난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비롯해 두 번의 금융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신화가 깨지고 있다고 한다. 2년여 전부터 증권, 생명보험업계에서 구조조정이 단행됐고 은행권 희망퇴직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 들어서면서 실적 압박에 시달리고, 모바일이라는 변화의 파고에 지점 수는 줄고 있다. 최근 금융권 특유의 보수적인 인사·임금 시스템은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뒤쳐지게 만드는 '독버섯'이라는 지적도 받는다. 이른바 ‘철밥통’이라는 금융권은 격변의 시대에 직면해 있다. 이에 따라 <뉴스토마토>는 급변하는 금융맨들의 위상과 전망에 대해 살펴봤다. (편집자)
금융업종의 위상 약화는 최근 들어 줄어든 인력 숫자에서도 드러난다. 저금리에 따른 예대마진 축소로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시장의 구도가 급변하고 있는 금융업의 고용 창출 능력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 최근 2년새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권 종사자 숫자가 감소하고 있다.
금융연구원이 내놓은 '2015년 금융인력 기초통계 분석 및 수급전황'에 따르면 지난해 총 1338개 금융기관에 고용된 인력은 28만5029명으로 집계됐다. 2년전 29만명 수준에서 은행과 보험사, 증권·선물사를 중심으로 지속 감소하고 있다. 특히 보험업에서 1502명, 증권·선물업에서 1684명이 감소해 인력 구조조정이 활발히 이뤄졌음을 보여줬다.
고용 인력이 줄어들면서 금융업권의 일차리 창출 기여도도 2년 연속 하락했다.
2014년과 2015년 중 전산업 취업자수는 각각 2.1%와 1.1% 증가한 반면 금융·보험업 취업자수는 각각 3.1%와 5.9% 감소했다. 이에 따라 2015년 전산업의 일자리 창출 기여도는 1.05%였던 반면, 금융·보험업 기여도는 -0.19%를 기록했다. 전년 0.11% 감소에 이어 2년째 마이너스다.
인력 구조조정이 두드러지면서 신규 채용하는 규모보다 명예퇴직 등 구조조정으로 나가는 사람수가 더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지난 10여년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이자수익은 지속적으로 떨어진 가운데 고용율을 유지하면서 나타난 부작용을 이제야 겪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수익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고용 증가세를 유지하면서 최근 금융권 인력구조조정 압력이 점차 커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요 금융업권은 지난 10년간 당기순이익, 순이자마진 등 수익성 지표가 악화됐음에도 불구하고, 고용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5년 은행의 핵심 이익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2.81%를 기록했으나 지난 2014년 1.79%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은행 임직원 수는 9만명에서 11만8000여명으로 늘었다. 생보사 역시 운용자산이익률이 2005년 6.93%에서 2014년 4.51%로 떨어졌지만 임직원 수는 2만5000여명에서 2만8000여명으로 늘었다.
모바일 중심의 핀테크 확산이 금융업 종사자의 위상 약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 지점에서 입·출금 등 대면 거래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지난 2013년 말 12.2%에서 지난해 말 11.3%로 줄었다. 반면 인터넷·모바일뱅킹 이용자는 87.8%에서 88.7%로 늘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핀테크 발달로 금융환경이 급변하면서 고객이 온라인에 몰리고 있다"며 "수익성 악화에 따른 비용절감 차원에서 오프라인 매장에 들어가는 돈을 줄이는 것이 불가피해 직원수나 지점 감축은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업점 및 자동화기기(CD·ATM) 축소되면서 '골목마다 은행이 있다'는 이야기도 옛말이 되고 있다.
은행들의 자동화기기 축소 움직임은 2012년부터 계속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2년 6월 말 5만6720개에 달했던 국내 은행 자동화기기는 매년 감소세를 지속하며 지난해 말 5만1115개까지 줄었다.
은행들은 자동화기기를 줄이는 근거로 인터넷·스마트뱅킹 등 비대면 거래 비중 증가와 현금 거래 비중 축소 등을 꼽는다. 자동화기기가 은행의 수익 창구보다는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운영되는 만큼 비용 절감 차원에서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도 금융권에서 작년 수준의 일자리가 사라질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금융회사 직원 수는 37만3609명(보험 설계사 제외)으로 1년 전 37만5402명보다 1793명 줄었다. 금융사 직원 감소는 2~3년전부터 이어져오고 있다.
이는 1년간 감소뿐 아니라 증가 규모까지 고려해 산출한 순감소 규모이므로, 실제 작년 1년 새 금융권에서 회사를 떠난 인력의 규모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권역별로는 은행이 무려 2000명에 육박하는 규모의 직원 수를 줄였다. 생명보험·손해보험, 증권 등의 업종에서 수 백개 씩의 일자리가 없어졌다. 지난 2014년 증권사를 중심으로 희망퇴직과 점포 축소가 이어졌고 신규 채용 규모도 줄었으며, 생명보험사들도 잇따라 구조조정을 한 바 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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