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은행 등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고 나서 2주일 안에 마음이 변하면 취소할 수 있는 '대출계약 철회권'이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시행된다. 충분한 검토 없이 대출 받은 개인 대출자들이 대출 필요성이나 금리 적정성을 따져볼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해주고 대출기록까지 삭제해준다.
은행 이외에 다른 업권에서는 전산시스템 개발 상황에 따라 시행 시기에 다소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출금을 완전히 돌려줘야 대출계약이 취소되는 등 도입안보다는 보완책이 추가됐으나 금융권에서는 여전히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당국과 은행연합회는 14일 이와 같은 내용의 '대출계약 철회권' 시행 방안을 발표했다. 은행권이 이달 중으로 대출계약 철회권을 반영한 여신거래약관 개정안을 마련하고,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기관과 협의를 거쳐 오는 4분기 중에는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해 9월 금융당국과 금융업권은 대출계약에 대한 숙려기간 동안 대출계약으로부터 탈퇴할 수 있는 권리, 대출계약 철회권의 도입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대출계약철회권이란 대출계약 후 14일 이내 철회의 의사표시를 하고 원리금 등을 상환함으로써 계약으로부터 탈퇴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적용대상은 정보부족 등으로 충분한 검토없이 대출받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큰 순수 '개인' 대출자이며, 리스를 제외한 일정규모 이하(신용대출은 4000만원 이하, 담보대출은 2억원 이하) 상품이다.
대출계약 후 (계약서 또는 대출금 수령일 중 나중에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서면이나 전화, 컴퓨터통신 등을 통해 철회의 의사표시를 하고, 원리금 등을 상환해 계약으로부터 탈퇴하면 된다.
고객은 원리금 상환과 동시에 부대비용(근저당권 설정 관련 수수료, 세금 및 한도약정수수료)를 반환하면 된다. 중도상환수수료은 전액 면제되고,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출기록도 삭제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출신청 후에도 대출의 필요성 및 대출금리·규모의 적정성 등에 대해 재고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서 대출로 인한 불필요한 부담 및 이자비용 등이 절감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당초 은행들은 금액이 큰 담보대출의 경우 대출계약이 취소된 뒤 원리금을 상환받지 못하는 경우를 우려했다. 민법상 대출계약이 무효되면 자동으로 부속계약인 근저당계약이 해지되면서 대출금을 받지도 못하고 담보권을 잃게 된다는 우려가 있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대출계약이 취소되고 근저당권도 곧바로 없어지면 원리금을 못 받았을 때 은행들이 일일이 소송을 제기해 법원의 판단을 물어야 한다"며 "고객 입장에서도 피소를 당하기 때문에 불편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최종 시행방안에는 고객이 대출금을 모두 상환해야 대출계약 취소가 되도록 대출계약철회권 제도가 보완됐다. 고객이 대출금을 모두 갚기 전까지는 근저당권이 유지되기 때문에 은행으로서도 담보권을 잃지 않는다.
또 지난해 초기안에는 대출계약 후 7일내에 취소 의사를 밝히고 3영업일 이후 반환토록 했으나, 이번 최종안에서는 14일 이내 대출취소 의사를 밝히고 대출금 등을 모두 상환하라는 것으로 바뀌었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기간이 더욱 늘어난 것이다.
다른 금융기관들의 경우 은행권의 진행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대출계약 철회권 시행 시기에 맞추어 보험, 여전, 저축은행, 신협 및 주택금융공사 등에도 시행할 예정이다.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취소시 수수료 부과 등의 책임을 묻지 않는 다는 점에서 무분별한 거래를 유발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서울 한 은행 지점의 대출창구의 모습.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