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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어주는기자)변칙인가 날치기인가…대한민국 국회의 민낯
'날치기 국회史' 김예찬 지음 | 루아크 펴냄
입력 : 2016-06-14 오전 8:09:26
본래 소매치기 수법을 의미하는 '날치기'라는 단어가 국회의 법안 처리를 비판하는 용어로 자리매김한 것은 1950년대 중반부터다. 

국회에서 일어난 같은 사건을 두고도 이를 보도하는 언론사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단독처리' '변칙 처리' '날치기 처리' 처럼 서로 다른 표현을 쓰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국회의 합의체 의결 방식이 가지는 민주적 토론과 합의의 정신을 저버리고 수의 논리를 앞세워 법안을 밀어붙인 사례를 포괄적으로 '날치기'라고 표현했다. 

저자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이를 통해 누가, 어떤 이익을 얻었는지 살피라고 말한다. 국민들이 진정 경계하고 비판해야 할 대상은 '날치기'로 대표된 정치 일반이 아니라 반민주적 행위로 이득을 챙긴 반민주주의자들이니 말이다. 

▶전문성: 부산정치파동, 사사오입개헌, 삼선개헌, 국가보위법, 유성환 체포동의안, 미디어법 날치기 등 발췌개헌에서 미디어법까지 14장에 걸쳐 70여년의 헌정사에서 일어난 주요 날치기 사건들을 파헤친다. 

▶대중성: 개원 70여년이 됐지만 국회를 주제로 한 대중서를 찾기란 힘들다. 이 책은 국회를 다룬 흔치 않은 대중교양서다. 

▶참신성: '날치기'라는 키워드로 국회가 겪어낸 오욕의 역사를 들여다봄으로써 대한민국 국회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는 물론, 어떨 길을 지향해야 하는지 살필 수 있다. 
 
 
■요약 
 
1. 1954년 사사오입개헌 날치기
 
11월29일 국회 본회의가 개의되자 최순주 국회부의장은 "회의록을 낭독하기 전에 정정할 사항이 있다. 지난 11월27일 헌법 개정안 통과 여부 표결 발표 시 부결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것은 정족수의 계산 착오로서 이것을 취소한다"라고 선언했다.
 
그러고 나서 "재적 203명의 3분의2는 135표로 통과됨이 정당함으로써 헌법 개정안은 헌법 제98조 4항에 의하여 가결, 통과됨을 선포한다"고 말하며 의사봉을 두드렸다. 부결된 개헌안을 하루아침에 가결로 바꾼 기상천외한 날치기 개헌이었다. 
 
2. 1969년 삼선개헌 날치기 
 
9월14일 일요일 새벽 2시, 국회 제3별관 특별 회의실로 공화당 의원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신민당의 본회의장 농성으로 정상적인 표결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변칙적으로 개헌안을 처리하고자 한 것이다. 공화당 내부에서 삼선개헌에 회의적인 의원들이 적지 않았기에 반란표를 막기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새벽 2시27분, 삼삼오오 조를 이뤄 모여든 개헌 찬성파 의원 122명이 회의실에 모두 입장했다. 국회의장 이효상은 본회의장 장소 변경을 결의한 뒤 곧바로 개회를 선포했고, 개헌안 투표가 완료되기까지 채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결과는 전원 찬성이었다. 야당 의원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이미 개헌안이 처리된 뒤였다. 
 
3. 1990년 3당 합당과 방송관계법 날치기
 
3당 합당 이후 압도적 의석을 확보한 민주자유당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7월10일에는 역시 여당 의원들만 참석한 문교공보위원회에서 방송관계법안이 기습 처리된다.
 
14일 오전 민주자유당은 미리 계획한 시나리오대로 움직인다. 오전 10시30분, 의장석이 아닌 일반 의원석에 앉아 있던 김재광 부의장이 갑자기 일어나더니 개의를 선포한다. 그리고 마이크도 없이 육성으로 개의를 선포한 지 30초 만에 민주자유당 의원들의 "이의 없습니다" 라는 대답으로 26개 안을 일괄 처리해버린다. 국회 사무처는 속기록도 남기지 못했다. 이른바 '7·14날치기 파동'이라 불리는 사건이다. 
 
4. 1996년 노동법·안기부법 날치기
 
12월26일 오전 6시, 사흘간 행적이 묘연했던 신한국당 소속 오세응 부의장이 의장석에 올랐다. 국회부의장 오세응은 일찍부터 '날치기 주역'으로 예상되었기에 이를 사전에 봉쇄하려는 야당 의원들의 눈을 피해 잠적 중이었다. 의장석에 오른 부의장은 노동관계법과 안기부법을 비롯한 11개 법안을 일괄 상정하고 무기명 기립 투표로 통과시켰다.  
 
 
■책 속 밑줄긋기
 
 "이른바 '부산정치파동'으로 첫 단추를 잘못 꿴 대한민국 국회는 마치 당연한 것처럼
절대 권력에 의해 끊임없이 유린되었고 오욕의 역사를 뒤집어썼다.
국회를 '핫바지'로 여겼던 독재 정권에게 '민주적 토론과 협상'이라는 가치는
국가를 위기로 몰아넣고 경제를 파탄으로 이끄는 위험 요소일 뿐이었다. 
 
이런 선례 때문인지 민주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정부와 집권 여당이 제출한 법안을 둘러싸고 여야가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경우
정상적인 질의나 토론, 표결 절차를 건너뛰고
수적 우위를 가진 세력이 변칙으로 법안을 처리하는
이른바 '날치기' 관행이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별점 
 
★★★★
 
김보선 증권부 기자
 
 
김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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