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농협금융지주가 수조원대의 부실을 한꺼번에 털어내는 이른바 '빅배스(big bath)' 재원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조직 개편 등을 통한 비용절감, 코코본드 발행으로는 자금 마련에 한계가 있으니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에 납부해온 '명칭사용료'를 줄이거나 유예하자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빅배스'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범 농협 차원의 공감대를형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빅배스는 목욕을 해서 때를 씻어내는 것을 빗댄 말로, 과거의 부실 요소를 한 회계연도에 모두 반영하는 회계기법을 말한다. 손실을 한꺼번에 처리하기 위해 기업은 막대한 충당금을 한 번에 쌓는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빅배스를 하려면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출자를 포함한 여러가지 자금 마련 방법이 논의 중"이라며 "아직 시기나 방법이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현재 농협금융은 조선, 해운업 구조조정에 따른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당장 법정관리를 신청한 STX조선의 경우 지급보증(RG) 잔액 7000억원 가량이 손실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에 대한 추가 충당금도 적립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추가 충당금을 감당하기 위해 농협중앙회에 매분기 납부하는 명칭사용료도 조정의 여지가 있는지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금융 계열사들은 '농협' 혹은 'NH'라는 브랜드를 사용하는 대가로 지난 2012년부터 해마다 수천억원 규모의 명칭사용료를 중앙회에 지불하고 있다.
연도별로 2012년 4351억원, 2013년 4535억원, 2014년 3318억원, 2015년 3526억원이 명칭 사용료로 중앙회에 넘어갔다. 주력 자회사인 은행이 최근 3년간 명칭사용료로 지불한 금액이 1조원에 달한다.
다만, 명칭사용료 수입 등에 100%에 의지하고 있는 농협중앙회가 이에 동의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앙회는 거둬들인 명칭사용료를 농·축협 조합을 대상으로 한 농촌사랑 1사1촌 운동, 농업인 복지사업 및 소득증대 사업 등 농촌경제 활성화에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낮추게 되면 부정여론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정례조회에서 "명칭사용료는 협동조합의 정체성"이라고 밝히면서 명칭사용료 조정을 사실상 거부했다는 해석도 나오지만 농협금융 내부에서는 여전히 해석을 달리하고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지 명칭사용료 조정 등에 대해서 원천 반대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농협 차원에서 같이 고민해봐야 하는 것에는 공감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금융이 적자가 나면 중앙회에 대한 배당도 못하고 출자 부담이 생기기 때문에 논의를 계속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농협금융측은 "명칭사용료 조정은 농협의 존재가치와 직결되기 때문에 쉬운 문제는 아니다"며 "한 해 3000억원의 사용료를 아낀다고 수조원의 자금을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농협금융은 7월1일자로 조직을 개편하고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다. 농협금융은 이에 대해 "'빅배스'를 추진하는 만큼 조직의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 계열사인 농협은행, 농협생명보험, 농협손해보험 등 자회사 홍보조직을 지주 홍보실에 통폐합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자회사 홍보실에 각각 있던 부장 직급도 없애고 '팀 제'로 운영할 방침이다. 협동조합 교육 관련 부서도 통폐합 한다. 다만 NH투자증권의 지원조직은 통합하지 않는다.
다른 관계자는 "임금 반납, 조직 통합 등으로 효율성을 극대화하자는 것이지, '빅배스' 자금 마련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금융지주 및 계열 차원에서는 조직을 줄이는 희생을 할테니 범 농협 차원에서 같이 고민을 하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