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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 1년반)②중고책 시장의 폭풍성장…약일까 독일까
대형서점들, 중고서점 앞다퉈 진출…도서정가제 효과 왜곡 우려 커져
입력 : 2016-06-02 오후 12:00:01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도서 할인폭이 제한되면서 대형 서점들이 새로운 판로 개척을 위해 중고책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자본력을 앞세운 대형 서점들이 기존의 싼 책 값에 익숙한 소비자들을 공략하면서 골목상권까지 잠식하고 있는 가운데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출판시장 생태계를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4년 11월21일부터 시행된 개정 도서정가제에 따르면 모든 도서는 종류에 관계 없이 정가의 10%까지만 할인이 가능하다. 간접할인 5%까지 합쳐 할인폭이 최대 15%로 제한되고 있다.
 
새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소규모 지역 서점들이나 중소형 출판사들은 잠시나마 한숨 돌리게 됐다. 대규모 할인에 나서기 부담스런 상황에서 제 값에 책 파는 것을 보장받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형서점의 경우 입장이 좀 다르다. 영업이익은 늘었지만 매출이 소폭 하락했다.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이전에도 대형서점은 규모의 경제에 따른 이익을 보고 있었던 만큼 '저렴한 가격'이라는 강력한 마케팅 포인트가 없어진 점이 아쉬운 입장이다.
 
이같은 상황 속에 대형 서점이 꺼낸 복안은 중고책 시장으로의 적극적인 진출이다. 현재 서점이 중기적합업종으로 분류된 만큼 대형서점이 신규 서점을 내려면 동반성장위원회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중고서점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중고서점의 업종 등록 코드는 서점이 아니라 고물상이다. 관할도 문화체육관광부가 아닌 경찰서가 맡는다.
 
예스24가 운영하는 오프라인 중고서점 강남점의 모습. 사진/예스24 홈페이지
 
본래 대형서점의 중고서점 오프라인 매장 운영은 알라딘이 주도하고 있었지만 출판시장 전반의 따가운 눈총을 받게 된 것은 온라인 서점 1위 업체인 예스24가 지난 4월1일 오프라인 중고서점을 강남에 내면서부터다. 또한 예스24는 영풍문고의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해 중고도서 매입 서비스인 '바이백 서비스'를 확장하는 전략도 펴고 있다.
 
이들 대기업의 중고서점은 무늬는 고물상이지만 사실상 서점이나 진배 없다. 세련된 인테리어와 휴식 공간을 갖춘 공간에서 책을 싸게 살 수 있어 과거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전의 대형 오프라인 서점을 연상시킨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장은 "대형 온라인 서점들이 모두 중고책 시장에 진출한 상태인데 이는 도서정가제를 파괴하는 요소"라면서 "특히 책 판매와 연동해 처음부터 매입을 약정하는 '바이백 서비스'는 순수한 중고책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현재로선 법이나 제도 상의 규정이 없어 대기업의 중고서점 진출을 제한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법률상 규제가 없기 때문에 문체부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것만 하고 있다"면서 "판매하는 책이 진짜 중고책인지 수시로 모니터링 정도만 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출판계에서는 한국서점조합연합회를 중심으로 대기업의 중고서점 진출을 규제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박대춘 한국서점조합연합회장은 "업종 분류는 고물상이나 대형 중고서점에서는 신간이나 베스트셀러가 사실상 새 책 상태로 나돌고 있다"면서 "동반성장위원회에 중고서점 관련 분류코드를 새로 만들어달라고 요청을 해둔 상태이며 올해 출판사들과 협업해서 중고서점 진출 제한과 관련한 법제화 노력을 할 예정"라고 전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난관은 상태가 좋은 책을 저렴하게 구입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다. 이와 관련해 박대춘 회장은 "겉으로 보기에는 대형 중고서점이 소비자 입장에서 이익이고 편리하게 보이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양질의 서비스가 불가능한 구조"라면서 "심혈을 기울여 책을 만들었는데 내일이면 중고시장에서 돌 운명이라면 누가 좋은 책을 만들고 싶겠나"라고 지적했다. 당장 눈 앞의 이익보다는 문화를 자산으로 보는 시각, 책을 공산품이 아닌 문화상품으로 보는 시각이 있어야 출판계의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다.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김나볏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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