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용현기자] 수도권 전세시장에서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공급자 우위 장세가 지속되면서 가계약을 통해 물건을 선점하려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성급한 판단으로 부득이하게 해지할 경우 계약금을 날리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유라(29·여)씨는 다음 달 결혼을 앞두고 전셋집을 알아보다가 인근 공릉동에서 마음에 쏙 드는 빌라 전세물건을 찾았다.
김씨는 계획했던 가격과 큰 차이가 없는데다 지하철역도 가까워 계약을 하기로 마음 먹고 가계약금으로 300만원을 우선 지급했다. 그동안 적당한 전셋집을 찾지 못해 두 달 가량을 고생한터라 해당 전셋집을 마음에 들어하는 손님이 더 있었다는 중개업소의 말을 듣고 서둘러 계약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다음 날 김씨는 등기부등본을 확인하고 계약을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 해당 주택의 시세는 2억원 선인데 은행에 근저당으로 잡힌 금액이 8000만원이나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가 지불하기로 한 전세가격이 1억5000만원이어서 만약 경매로 넘어갈 경우 보증금을 상당부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이에 김씨는 가계약금 300만원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지만 집주인이 전액 환불을 거절해 100만원밖에 받지 못했다. 가계약도 계약으로써 법적 지위를 갖기 때문이다.
이상덕 변호사는 "가계약을 해지할 때 포기하거나 상환해야 하는 계약금은 실제 지급하거나 지급받은 가계약금액이 아니라 계약서에 기재된 계약금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가계약도 물건 선점 권리를 부여하는 만큼 정식 계약과 같은 취급을 한다"며 "중도금 지급전까지 계약금 전부를 포기해야 매수인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매도인과 합의를 할 경우 가격 손해없이 해제가 가능하지만 합의로 이어지기 쉽지 않은 만큼 가계약 전에도 정식 계약과 마찬가지로 충분한 사전 확인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가계약은 좋은 부동산 매물이 나왔을 때 당장 계약하고 싶지만 매수인의 금액이 부족하거나, 매도인과 만나기 어려워 바로 정식 계약서 작성이 어려울 때 다른 사람에게 팔지 말아달라는 취지에서 체결한다. 매매가격이나 계약금, 물건 번지 등의 매도인과 매수인의 대략적인 합의가 있어야만 가계약은 성립된다.
◇공급자 우위의 전세시장이 이어지면서 가계약에 의한 수요자들의 피해에 대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히, 최근 전셋값이 크게 오르면서 수요자들의 다급한 마음을 악용해 중개업소에서 가계약을 통해 물건 선점을 종용하는 경우도 많아 수요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정찬 가온AMC 대표는 "전세의 경우 물건 자체가 많지 않아 시세보다 조금만 저렴한 물건이 나와도 수요자들이 몰리면서 중개업소들이 계약을 선점하기 위해 가계약을 부추기는 경우가 많다"며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간의 차이가 크게 줄어든 만큼 깡통전세에 대한 사전 확인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분양 단지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액을 통한 계약이 가능하다는 분양광고도 조심해야 한다. 500만원 정도의 선입금으로 계약이 가능하다고 홍보하고 계약을 체결하지만 분양계약자들은 계약해지 시 500만원이 아닌 계약금 전체인 수천만원을 지급해야 계약해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