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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소년들 갈 곳이 없다"
보호시설·재정지원 절대 부족…소년원이나 가정으로 보내져
입력 : 2016-04-22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신지하기자] "보호소년들에게 법률에 따른 보호처분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올해 초 서울가정법원 소년부의 한 판사가 한 말이다. 비교적 경미한 비행을 저지른 19세 미만의 보호소년들에게 '6호 처분'을 내리지 못하는 일이 빈번하다는 얘기였다. 민간이 보호소년을 감호 위탁하는 소년보호기관(6호 기관) 수가 턱없이 부족해 시설 내 빈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 판사는 보호소년을 중범죄로 분류한 소년원에 보내거나 또 다시 비행이 우려되는데도 집으로 되돌려 보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현실적인 해결책 마련이 시급해 보였다.
 
'6호 처분'은 재판 후 집으로 돌려보낼 수 없는 소년에 대해 보호시설에 위탁하는 처분이다. 보호자가 없거나 보호력이 대단히 미약한 경우, 사회 내 처우가 부적합한 경우 처분한다. 비행성이나 나이 환경 등을 종합해볼 때 소년원 처분을 받을 만큼 비행이 심하지는 않지만 일시적으로 격리해 보호하면서 성행개선 등이 필요한 보호소년들이 대상이다. 
 
지난 21일 서울가정법원의 견학 행사로 서울의 한 보호시설을 직접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이날 오후 3시. 기자가 방문했을 땐 50명의 여자 보호소년들이 수업을 듣고 있었다. 총 책임자인 수녀원장은 "소년은 마치 한 방울 이슬과 같다. 그리고 꽃잎에 떨어지면 보석이 된다. 그러나 땅에 떨어지면 눈물"이라며 "아이들에게 10대의 아름다운 시기를 찾아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에는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의 특강이 있었다. 여상훈 서울가정법원장과 허부열 수석부장판사, 소년단독부 판사들도 함께 참석했다.
 
지난 21일 서울의 한 보호시설에서 입소자들의 발레연습 영상이 공개되고 있다. 사진 / 한국사진기자협회
 
보호시설 지하 1층 강당은 문화예술 공간이다. 매주 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2시간 정도 발레교습이 열린다. 지난해 12월 서울가정법원과 국립발레단이 문화예술 증진과 위기청소년들의 건전한 성장에 기여하는 업무협약을 맺고 이룬 결실이다. 노란색 티셔츠에 검은색 무용복 바지를 입고 발레슈즈를 신은 11명의 보호소년들이 발레를 배우고 있었다. 강당을 중심으로 왼편에는 러닝머신 6대와 짐볼 5~6개 등 운동기구가 갖춰진 헬스장이 마련돼 있었다. 오른쪽에는 흰색과 노란색이 어우러진 노래방도 있었다. 20여명이 들어와도 비좁지 않을 크기였다. 
 
1층 씨앗반에선 6개월 후 보호소년들이 자신에게 보낼 타임캡슐 편지를 쓰는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복도는 예술의 장이었다. 달력에는 입소자들의 퇴소일과 생일 등이 빼곡하게 기입됐다. 특히 눈사람(8자 모양에 날짜와 요일을 기록)으로 12월 달력을 표현한 아이디어가 신선했다. 시설 내 금지 사항을 어길 때 받는 패널티를 여기선 '땅콩'이라고 부른다. 수녀는 "땅콩 점수가 높으면 면회나 전화가 제한된다"고 말했다. 2층은 식당 및 바리스타 2급 자격증 수업이 열렸다. 3층에는 15개의 침실이 있고 각 방에는 개인 옷장 및 에어컨이 설치돼 있었다.
 
지난 21일 서울의 한 보호시설 내 입소자들이 국어수업을 듣고 있다. 사진 / 한국사진기자협회
 
오후 4시. 강당에서 만난 보호소년들의 표정엔 활기가 넘쳤다. 강 단장이 "자기 자신에게 자신 있어?"라는 질문에 한 입소자가 망설임 없이 "네"라고 답하자 서로 큰 박수를 보냈다. 사회 복귀 후 보다 더 나은 삶을 향한 강한 의지로 보였다. 강 단장은 "지금 와서 보니 아이들이 너무 밝고 건강해 오히려 내가 더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교실에서 만난 보호소년들에게 먼저 다가가 웃으며 안아줬다. 여 법원장은 "직접 와 보니까 좋은 시설이라는 게 느껴져 마음이 놓인다"며 "앞으로도 여러분들이 밝은 미소 잃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서울의 한 보호시설에서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이 입소자들을 안아주고 있다. 사진 / 한국사진기자협회
 
이날 기자가 방문한 곳은 서울가정법원의 위탁기관으로 지정된 5곳 중 가장 좋은 시설로 꼽힌다. 하지만 전국의 15개 보호시설 상당수는 정원이 초과된 상태다. 경기 양주 지역의 한 시설은 2015년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지원 중단으로 폐쇄 위기를 겪기도 했다. 일단 경기와 양주시가 공동부담으로 재정을 지원해 위기는 넘겼지만 장기적 지원 여부는 미정이어서 불안한 상황이다.
 
또 다른 한 곳은 최근 아동복지법 정비로 시설 설비기준과 종사자 기준이 강화됐지만 지자체의 추가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정원이 45명 줄었다. 폐쇄나 정원 감축으로 보호시설에 위탁되지 못한 비행소년들은 소년원이나 가정으로 보내진다. 
 
보호시설 관련자들과 서울가정법원 판사들은 하나같이 시설 확충과 국가 및 지자체의 적극적인 예산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보호시설 비용은 지자체가 전적으로 떠안게 된 구조다. 지자체 재정 부족으로 보호시설에 대한 재정 지원도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국고에서 예산을 지원해 지자체의 비용부담을 덜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법원 관계자도 "요새는 지자체 지원이 감소해 민간 보호시설 운영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우선적으로 국가의 재정적 뒷받침이 필요하고 그래야 아이들을 안정적으로 보호하고 우리도 안심하고 보호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 아동복지법은 국가나 지자체가 아동보호시설의 설치, 운영 등 필요한 비용 전부 또는 일부를 보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아동복지법 시행령도 보조금관리법 시행령에 따라 보조비율을 정하게 한다. 그러나 보조금관리법 시행령상 아동복지시설 운영은 지자체에 주는 보조금 지급 제외 사업으로 규정돼 있다. 또 보호시설에 대한 관리·감독은 국가사무이나 비용부담은 2004년까지는 국가와 지자체가 공동 부담, 2005~2014년까지는 지자체로 이양되고 국가에서 지자체로 분권 교부세를 지원하는 형태로 운영됐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분권 교부세도 지원되지 않아 지자체에서 전액을 부담해야 할 상황이다.
 
오후 5시. 떠날 시간이 되자 그제야 보호소년들의 다른 면이 보였다. 모두 머리를 묶고 명찰을 목에 걸었다. 친구를 때리거나 담배를 피울 경우 '가족 법정'을 열어 징계를 정하는 규칙도 있었다. 매일 새벽 6시30분에 기상해 밤 9시까지 검정고시나 각종 자격증 수업을 듣거나 자습해야 할 정도로 하루 일정도 빡빡하다. 핸드폰도 외출도 금지돼 있다. 최소 6개월간은 일시적으로 사회에서 격리되고 단체생활의 규율이 엄격히 적용된다.
 
견학이 끝날 때 쯤 기자에게 보호소년들을 보호하고 있는 한 수녀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라고 귀띔해줬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신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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